“어디서 들어본것 같다” 네티즌 ‘로진요’ 공세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신스팝’밴드 아하. 로이킴의 ‘봄봄봄’이 아하 히트곡 ‘테이크 온 미’ 후렴구와 닮았다는 지적이다.

겉으로만 보면, 꽤 괜찮은 봄의 성찬이다. 아날로그 창법을 그대로 이어받은 구수한 표현력, 스틱(Stick)이 아닌 브러시(Brush)로 다듬은 듯한드럼의 살랑거리는 비트,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인간적인 휘파람 소리까지 1980년대 포크의 정서가 되살아난 느낌이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요즘 각종 음원 차트에서 조용필과 싸이의 강세를 누르고 1∼2위를 석권하고 있는 ‘슈퍼스타K 4’ 출신의 로이킴(본명 김상우·20·사진)의 신곡 ‘봄봄봄’ 얘기다. 이 곡이 느닷없이 네티즌의 역공을 맞고 있다. 표절(剽竊), 법적 용어로 ‘저작권 침해’ 소지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들은 음악에 조예가 깊든, 그렇지 않든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로이킴의 ‘봄봄봄’을 들은 네티즌들은 이 곡이 크게 두 개의 곡과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아하(A-Ha)의 ‘테이크 온 미(Take on me)’가 저작권 침해의 대상이라는 것.

김광석은 1980년대 통기타와 하모니카만으로 단조롭지만, 따스하고 깊은 울림을 안겨준 포크 가수이고, 노르웨이 출신의 아하는 1982년 결성돼 전자음이 담긴 신스팝 장르를 개척한 3인조 밴드다.

‘영향’이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표절 그런 건 모르겠고, 음악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비슷한 정도’를 넘는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음악의 부분부분도 그렇지만, 음악 전체가 지닌 정서도 그렇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지나치게 기대 만든 곡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표절 시비를 강하게 제기했다.

표절 시비 의혹이 갈수록 거세지자, ‘로이킴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로진요’ 카페까지 개설됐다. 이 카페에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봄봄봄’의 영상을 나란히 올려 비교하도록 했고, “듣고 보니, 비슷하다”는 댓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봄봄봄’과 나머지 두 곡을 멜로디, 코드, 스타일, 분위기 등 음악적인 면에서 비교 분석해 봤다. 우선 ‘봄봄봄’이 표절 시비에 걸리는 부분은 도입과 후렴구의 ‘첫마디’에서였다. 도입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후렴의 첫마디는 ‘테이크 온 미’와 유사했다. ‘봄봄봄’이 E 키(key)로 시작하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F# 키로 시작하는 차이를 하나로 통일시키기 위해 C 키로 모두 조옮김을 했다.

우선 멜로디 유사성을 검토해 보면, ‘봄봄봄’의 ‘봄 봄 봄 봄이 왔네요∼’하는 시작 부분은 ‘솔솔솔 솔라솔파미’이고,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 부분은 ‘미솔솔 라솔파미도’로 약간의 차이가 생겼다. 멜로디는 4마디까지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지만, 코드는 ‘봄봄봄’이 ‘C G Am Em F G C G’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C G Am Am F G C C’로 거의 유사했다.

코드의 유사성이 표절 시비로 이어지진 않지만, ‘봄봄봄’은 박자의 흐름이나 코드 진행 등이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악곡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 표절’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네티즌들이 ‘봄봄봄’을 들을 때마다 ‘바람이∼’가 생각난다고 말한 이유도 이 같은 분위기나 흐름 때문이다.

가장 신선하면서도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애상의 흔적을 가진 ‘봄봄봄’의 후렴구 첫마디 ‘그대여’는 ‘테이크 온 미’의 후렴구 ‘테이크 온 미’와 계이름이 ‘미∼시∼도’로 똑같았고, 박자 역시 오차 없이 같았다. 유사 마디가 비록 단 한마디이지만, ‘테이크 온 미’의 후렴 첫마디가 세계적으로 너무 유명한 멜로디여서, 누가 들어도 쉽게 원곡을 떠올릴 수 있는 ‘검증된 기청감(旣聽感)’을 고려하면 쉽게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표절 여부는 지난 1999년까지 ‘2소절 이상 유사할 경우에 해당’이라는 공연윤리위원회의 규정이 존재했지만, 2000년 이후 작곡가 등 저작권자가 단 한마디만 유사해도 자신의 원곡을 떠올리게 한다고 판단하면 친고죄로 바로 소송을 걸 수 있는 쪽으로 바뀌었다.

전유림 한국저작권 비지니스센터 대표는 “법원의 표절 여부는 전문가 집단과 일반인의 의견(Listener’s Opinion)을 토대로 가리는데, 요즘 추세가 일반인의 의견을 많이 따라가는 편”이라며 “반복되는 핵심 멜로디가 원곡을 떠올리게 한다면, ‘저작권 침해’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고금평 기자 dann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