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베이비부머… 美 자살 늘고, 韓 ‘샌드위치’

오랜 경제 불황의 여파로 최근 10여 년간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자살률이 3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뉴욕타임스(NT) 등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근거해 35∼64세의 미국인 자살률이 지난 10여 년간 28%가량 증가했으며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도 13.7명에서 16.7명으로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2010년 고통사고 사망자가 3만3687명인 데 비해 자살자는 그보다 5000여 명가량 많은 3만8364명으로 기록됐다. 자살은 과거 1999년 미국 중·장년층의 사망 원인 중 8위에 불과했지만 10년 새 4위로 상승했다.

미국인 자살자의 약 57%가 이들 세대로 나타난 가운데 특히 중년 남성의 자살률이 중년 여성보다 높았다. 중년 남성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7.3명이었고 중년 여성의 경우 8.1명이었다.

특히 50대 남성의 자살률은 10년 새 50% 가까이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까지 미국 경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미국 중·장년층이 직격탄을 맞았으며 이에 베이비붐 세대의 특성까지 겹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일레나 아리아스 부센터장은 “역사적으로 경제적인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시기에 자살률이 급증한 사례가 있었다”며 “특히 베이비붐 세대의 경우 중·장년기뿐만 아니라 청소년기에도 다른 세대보다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는 사실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인 1946∼196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으로 약 76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구가 많은 데다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비교적 크다.

한편 자살과 관련된 앞선 연구들이 대부분 10∼20대의 젊은층에 맞춰져 있던 것에 대해 이제는 노년층의 정신건강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관계자는 “미국 중·장년층이 겪는 스트레스 요인을 설명하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정책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