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6~7곳 고강도 구조조정 예고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STX 그룹 등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감축해야 할 재무구조가 취약한 대기업그룹이 최소 6∼7개가량 선정돼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말 종료 시한을 앞두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도 최소한 연장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기촉법은 기업구조조정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마련한 법적 장치다.

3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한국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건설·조선·해운 등 취약업종 중심의 추가 부실이 지속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상시구조조정 작업을 강도 높게 진행키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선은 기업살리기에 중점을 두되 회생가능성이 떨어지는 부실기업은 신속하고 엄격하게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산은도 국회 보고 자료를 통해 “일시적으로 유동성 어려움을 겪는 기업은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상환을 특별히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회생이 가능한 기업은 ‘패자부활’의 기회를 주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선제적으로 구조조정함으로써 부실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대기업그룹의 재무구조가 추가로 악화되지 않게끔 주채권은행을 통해 사전적으로 관리하는 의미를 지닌 재무구조평가의 경우 지난 4월 대부분 평가작업을 마쳤다.

이에 따라 5월말쯤 약정체결 그룹의 규모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9년의 경우 약정체결 규모가 11개가량 됐다가 이후 진정됐지만 올해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과는 개념이 다른 것으로, 재무구조 개선·강화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신용공여액이 큰 주채무계열은 올해 30개가 선정된 바 있으며 이 가운데 양해각서(MOU) 성격의 약정 체결 대상 기업이 나오게 된다.

산업은행의 경우 4월에 8개 주채무계열에 대해 재무구조 평가를 실시했으며 약정 후에 이행상황을 점검할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게 되면 부채비율 200%이하 감축과 함께 계열사 매각, 여신회수 등의 구조조정과 기업지배구조개선계획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이 악화된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별대기업은 6월까지, 중소기업은 오는 10월까지 신용위험평가를 거쳐 부실징후가 보이는 기업들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다.

금감원은 신용위험평가에서 B, C, D등급 중소기업에 대해 각각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시스템을 적용해 워크아웃· 기업회생 등의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