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어릴때 방치하면 어른 돼도 불안하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ADHD가 의심되는 아이가 주의력 검사를 받고 있다. 검정 바탕화면에 새로운 도형이 깜빡이면서 뜰 때마다 스페이스바를 눌러 넘겨야 하는데, ADHD 아동은 집중력이 낮기 때문에 도형이 나타나도 빨리 넘기지를 못한다. 서울보라매병원 제공

어릴 때부터 가만히 앉아있지 못했던 A(6) 군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이름난 장난꾸러기가 됐다. 수업시간에 집중을 하지 못해 돌아다니거나 친구들에게 장난을 걸기 일쑤였고, 급식시간에는 새치기를 해 밥을 먹었다. 아이의 장난 탓에 수업 진행이 어렵다는 유치원 선생님의 말을 들은A 군의 어머니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병원을 찾았다. A 군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진단을 받았다. 직장인 B(32) 씨는 최근 이혼을 했다. 아내의 작은 잔소리에 울컥 화가 나 아내와 말다툼하는 일이 잦았고, 결국 손찌검까지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B 씨는 평소 건망증이 심해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았고, 회사에서는 부서회의에도 잘 집중을 못했다. B 씨는이런 스트레스로 담배와 알코올 중독에 빠졌는데 이를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했다가 ADHD 질환이 의심된다는 의사의 소견을 듣게 됐다. 어린시절, A 군처럼 부산스럽고 집중을 잘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그였다.

◆ ADHD아동 절반은 성인 ADHD로 = ADHD는 아동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성인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질환이다.

아동의 경우 전체의 5~10%에서 ADHD가 발견되고, 성인은 1~6% 정도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시행된 대규모 역학연구에서는 4.4%의 성인 인구가 ADHD 증상을 보인다고 조사됐다.

학계에서는 아동 ADHD 환자의 70~80%가 청소년기에 들어서도 증상을 계속 안고 가며, 절반은 성인 ADHD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ADHD 아동은 가정생활, 학습, 또래관계 등 다양한 방면에서 문제가 발생해 양육은 물론, 그 치료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어릴 때부터 부정적 피드백을 많이 받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취약해져 사소한 자극에 쉽게 화를 낸다거나 자주 울적해지는 반응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 업무 완수, 대인관계 어려움, 잦은 교통위반, 성인 ADHD의 특징 = 아동 ADHD는 주로 과잉행동과 산만함(주의력 결핍) 등의 증상을 보인다. 교실에 책상이 많고 친구들이 많으면 산만해지는 등 자극에 의해 쉽게 영향을 받고, 정리정돈을 못해 주변이 어수선하다.

이와 달리 성인에서의 ADHD는 아동과 달리 과잉행동이 두드러지지 않는 반면, 충동성과 폭력성, 건망증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직장 생활에 관련된 주요 직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완료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특히 맡은 임무를 시간 내 완수하지 못하고 약속을 잘 잊는 것이 특징이다.

또 이직·실직하는 비율이 높고 욱하는 성격 탓에 친구 등 인간관계에 능숙하지 않다. 미국, 캐나다 등에서 나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 ADHD 환자는 일반인보다 소득수준이 낮고 교통위반·사고가 잦으며, 이혼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일상생활에 문제가 발생하니 성인 ADHD 환자들은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폭력성이 두드러지거나 술·담배·마약 등에 쉽게 중독되기도 한다.

◆ ADHD 빨리 치료해야 = 방치된 ADHD는 폭력성과 우울증, 중독 등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에, ADHD가 의심되고 적응에 문제가 있는 경우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해야 한다. 문제는 ADHD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있긴 하지만 일정부분 주관성이 개입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DHD에 대한 과잉진료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난도 일부 있다.

따라서 증상이 의심될 경우 해당 분야 전문가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는 여러 증상 여부에 대해 답을 하는 설문지와 집중력, 충동성을 알아볼 수 있는 검사를 통해 ADHD를 판단한다.

치료는 중추신경자극제 등의 약물처방을 통해 이뤄지며 인지행동치료와 상담을 병행한다. 약물로는 주로 메틸페니데이트 계통이 처방되는데 효과는 좋지만 중독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 산만하고 과격하다고 다 ADHD는 아니야 = 아이가 산만하고 행동이 과격할 때 부모들은 대개 ADHD를 의심하지만, 그 전에 고려할 것들이 있다. 아이가 제멋대로고, 집중을 못 한다고 해서 다 ADHD는 아니다.

우선 최근 맞벌이 부모가 늘면서 가정교육 기능이 약해져 ADHD가 아니어도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 2~3개월간 주의깊게 관찰을 하고 충분히 훈육한 뒤에도 변화가 없거나 아이가 무의식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되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자.

간질이나 교통사고 등 뇌손상 경력이 있거나 타고난 성격이 활발하고 다소 과격한 경우도 ADHD는 아니다. 또 흔치는 않지만 아동기 조울병, 혹은 우울증 형태일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이외 갑상선 장애, 정신지체 등 신체적 및 기타 정신 질환의 경우도 ADHD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도움말=서울보라매병원 황재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