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경제, 이제는 사회적 기업이다>輸銀 지원받아 문 연 카페… 수익 내는 ‘다문화 사랑방’으로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동그라미 카페’에서 지역주민과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바리스타 강습’을 받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비가 오니까 동그라미 카페 커피 향기가 동네에 더 진하게 풍기는 것 같아요. 카푸치노 두 잔이랑 블루베리 베이글 세트 2개 주세요.”

전국적으로 오후부터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지난 9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동그라미 카페’에서 만난 이윤경(여·35) 씨와 김수영(여·40) 씨는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주문에 나섰다. 카페 단골손님인 이 씨는 “여기 블루베리가 여주에서 직접 가져오는 유기농인데 정말 맛있다”면서 “가게가 작지만 커피 맛도 좋고 일하는 사람들도 좋아서 자주 온다”고 말했다.

이날 29.75㎡ 규모의 작은 동네 카페인 ‘동그라미 카페’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4개의 테이블에는 동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가족들 이야기에서부터 비오는 날 저녁 반찬거리로 뭐가 좋은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카페 주방에서는 종업원 유성옥(여·34) 씨가 능숙한 솜씨로 원두를 추출하고 있었다. 유 씨는 중국에서 온 다문화 여성으로 한국 남성과 결혼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를 하나 둔 엄마다. 그는 동그라미 카페 종업원이자 다문화강사다.

서울형사회적기업인 ‘한풀미(한울교실플러스 마미)’가 한국수출입은행(수은)으로부터 시설자금을 지원받아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동그라미 카페는 유 씨처럼 한풀미 소속 다문화 결혼이주 여성 강사들이 돌아가면서 커피 종업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유 씨는 “시간될 때마다 와서 커피를 만든다”면서 “다문화 선생님 일과 카페 종업원 일을 병행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카페에 나오면 동네 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동그라미 카페를 운영하는 사회적기업 한풀미는 지난 2008년도에 출범한 비영리단체인 ‘결혼이민자여성평등찾기’에서 2010년 설립한 사회적기업이다. 정규직 직원 6명에 30명의 다문화 여성강사가 함께 일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및 다문화가정 지원과 관계된 사업을 하고 있는 한풀미는 본래 ‘다문화강사 파견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다문화강사 파견사업은 몽골, 방글라데시, 베트남,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일본, 중국, 태국, 필리핀 등 9개국 출신 결혼 이민 여성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교와 같은 교육 기관이나 종합사회복지관, 다문화지원센터, 방과 후 공부방 등에서 출신국에 대한 문화를 알리고 문화적 차이에 따른 예의를 소개하는 일이다.

한풀미는 이 사업으로 이주여성들이 경제적 자립을 통해 생활 기반을 마련하고 한국사회에 자신감을 갖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수익성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한풀미는 기업의 장기적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판매’ 사업을 구상하던 중에 수은 프로보노들의 상담과 ‘희망씨앗(seed) 프로그램’으로부터 1000만 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동그라미 카페를 열게 됐다. 한풀미는 카페에서 얻은 수익의 대부분을 ‘다문화가정아동전문멘토링’ 사업에 쓰고 있다. 아동 멘토링은 1주일에 한 번 1년 동안 상담 선생님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다문화 어린이에게 필요한 교육을 살피고 학습과 지도를 하는 일이다.

이훈희(34) 한풀미 교육사업팀 팀장은 “카페 수익이 많이 나 혜택을 받는 다문화 어린이들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면서 “동네 주민들이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결혼이주여성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카페가 지역 사회의 의미있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도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한풀미의 동그라미 카페 개업에 수은의 사회공헌 활동은 결정적이었다. 수은은 2010년부터 금융권 최초로 임직원의 전문성을 기부하는 ‘수은 프로보노 봉사단’을 출범시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7개의 사회적기업에 마케팅, 자금 컨설팅, 통·번역 등의 재능기부를 한 수은 프로보노 봉사단은 올해 4기를 출범시켰다.

전체 직원 800여 명 중 15명 정도가 활동 중이다. 수은 프로보노들은 주로 사회적기업에 경영전략·마케팅·회계·법률 등의 경영자문을 제공해 사회적기업이 모금 등의 재정기부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수익성을 창출해 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한풀미와 수은의 첫 인연은 수은의 프로보노인 안상술 해외경제연구소 부장 겸 수석조사역과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안 부장은 “지난해 5월 사회적기업을 물색하던 중 한풀미를 알게 됐는데, 아이디어도 많고 추진력도 있었지만 소위 말해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었다”면서 “사회적기업도 수익을 내야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해 재무와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들을 약 5개월 동안 자문해줬다”고 말했다.

안 부장의 프로보노 활동은 이후 수은의 ‘희망씨앗(seed) 프로그램’으로까지 연결됐다. 한풀미는 안 부장의 컨설팅에 이어 수은으로부터 1000만 원을 지원받아 에스프레소 추출기 등을 구입해 동그라미 카페를 열 수 있었다.

수은은 지난해부터 사회공헌활동을 체계화·선진화하고자 사회공헌 자금지원 활동을 취약계층·다문화가정 및 탈북자·글로벌 사회공헌 등으로 분류해 시행 중이다. 수은은 이날 한풀미를 포함, 사회적기업 10개사에 시설자금 총 1억 원을 후원했다.

송현주(28) 한풀미 교육사업팀 팀장은 “지난해 수은 프로보노들과 수차례 엑셀을 분석하고, 재무제표 읽는 법부터 다시 배우면서 사회적기업을 지속 가능하게 성장시키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다”면서 “사회적기업은 대부분 모금에 의존하기 마련인데 카페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내고 이를 다시 사회적 사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이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수은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한풀미에 후원한 시설자금이 한풀미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수은은 희망씨앗(seed) 프로그램 및 프로보노의 전문성을 연계해 사회적기업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