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파문>대통령에 ‘25시간 늑장보고’… 최소 두차례 ‘기회’ 놓쳤다

대통령에 대한 청와대 비서실의 늑장보고는 늘 그 자체로 심각한 기강해이로 지적돼왔다. 미국에서의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윤창중 파문’ 역시 현지에서 이남기 홍보수석으로부터 25시간 뒤 대통령에게 늑장보고가 이뤄짐으로써 이같은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이 수석은 워싱턴에서의 사건발생 당일 8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의 수행경제인 조찬 행사 이전에 사건을 보고받고도 25시간이 지난 9일 오전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한 뒤에야 보고했다. 이 수석은 11일 “대통령 일정이 너무 바빠 다음날 아침에 보고했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감안하고도 사실 두 차례의 보고기회를 놓쳤다는 점에서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수석과 참모들의 입장을 십분 감안할 경우 변명거리는 ▲중대 외교행사를 앞둔 박 대통령의 심리적 안정 필요 ▲시간을 갖고 진상파악 뒤 정확한 실태보고의 중요성 ▲사건 파장 최소화 후 정리된 결과 보고 의욕 등이 상정가능하지만, 이들 모두 설득력이 약하다. 늑장보고는 국가안보 사안이 아니라도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면서 국정의 구멍을 초래한 결과를 낳아왔다는 경험칙 측면에서다. 결국 모든 변명거리가 “사안의 심각성,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안이한 상황인식을 드러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이 수석은 서울 청와대에 남아있는 허태열 비서실장에게도 늑장보고를 함으로써 허 실장으로부터 심하게 질책받은 사실이 13일 새로 밝혀졌다. 이 수석은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해 박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지기 전 전용기내 주요 수석들 회의를 바탕으로 허 실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한 참모는 “허 실장은 이 수석의 늑장보고에 대해 심하게 질타했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11일 브리핑에서 “그때 바로 보고드릴 시간이 없었다는 게 거짓말 같을지 모르지만 정말 시간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8일 워싱턴 행사 일정이 제일 복잡해 10분마다 장소를 옮기고 (그런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수석이 사건을 인지한 시점, 박 대통령은 수행 경제사절단과의 조찬, 미 의회 상·하원합동연설을 앞두고 있었다. 이 수석은 “대통령 보고는 일정이 끝나고 대통령이 시간이 있으면 하는데 (8일은 대통령도) 바쁘고 피곤해 빨리 들어가셨다”면서 “부속실에 알려야 되고 시간을 잡아줘야지 보고도 할 수 있는데 같이 비행기를 탄다고 항상 말할 수 있는 건 아니어서 (다음날) 아침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했더라면 의회연설 일정이 끝난 뒤, 3시간여 LA행 비행 도중에 얼마든지 보고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역시 변명으로 평가된다. 홍보수석으로서 대통령 행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대변인의 조기 귀국 및 예정된 행사불참을 어떻게든지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대통령 외교활동의 ‘구멍’에 대한 설명으로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상협 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