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극 ‘라오지앙후 최막심’에서 주인공 최막심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남경읍과 한윤춘·오미연 배우(오른쪽부터). 명동예술극장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연극 ‘해변의 카프카’ 중 한 장면.
유명 문학작품들이 잇달아 연극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명작 ‘그리스인 조르바’가 연극 ‘라오지앙후 최막심’으로 번안돼 지난 8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다. 또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도 동명의 연극으로 6월 16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라오지앙후 최막심’이 배삼식 작가의 번안으로 시공간적 배경을 달리하며 보다 ‘한국적인’ 작품으로 재탄생한 데 비해 ‘해변의 카프카’는 미국 극작가 프랭크 갈라티에 의해 연극으로 각색돼 보다 원작에 충실한 면모를 보여준다. 물론 ‘라오지앙후 최막심’도 극의 줄거리나 주제의식에 있어서는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두 작품은 공히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의 장점과 함께 한계까지 드러낸다. 원작 소설이 갖고 있는 아우라를 십분 활용,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반면에 시공간적으로 제약받는 무대 예술의 특성상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담아내기엔 부족한 점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우선 ‘라오지앙후 최막심’은 1941년 격동기의 연해주 지역 조선인 촌락으로 그 배경을 옮겨왔다. 라오지앙후(老江湖)는 오랫동안 외지를 돌아다니며 산전수전 다 겪은 떠돌이를 뜻하는 중국어. 막심은 러시아에서 흔히 쓰이는 이름. 따라서 라오지앙후 최막심은 만주나 연해주 일대를 떠돌아다니며 여러 직업을 전전하는 떠돌이를 상징한다. 연극에서 최막심은 “내 아비란 사람은 우리 어머니 뱃속에다 날 슬어만 놓고 토꼈답니다. 날 낳아 놓고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후회가 막심하셨겠수. 그러니 최막심이라, 일생에 한 일중에는 최고로 후회막심한 일이다 이거지요”라고 농을 친다.
연극의 줄거리는 배경만 다를 뿐 원작과 흡사하다. 시대적 사명감에 떠밀려 고뇌에 사로잡힌 지식인 김이문은 책을 벗어나 세상으로 나온다. 삼촌이 남긴 광산을 경영해 보고자 연해주로 접어든 것.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운명처럼 최막심을 만난 김이문은 얀코프스크의 작은 조선인 마을, 앵화촌을 찾아간다. 몰래 아편농사를 짓는 마을 사람들의 환대와 경계를 동시에 느끼며 두 사람은 그들의 삶 속으로 조금씩 빠져든다.
크고 작은 갈등 끝에 자살과 타살 등 죽음이 잇따라 발생하는 앵화촌에서 최막심과 김이문은 자신들의 목적이었던 광산을 폭파시켜 버리고선 춤추며 살아 있음을 축하한다. 최막심은 이렇게 외친다. “하느님! 이 최막심이 여기 있소! 어쩔 테요? 맘대로 하슈! 죽이기밖에 더 하겠소? 그래요. 날 죽이슈. 날 잡아가슈. 난 볼 장 다 봤고, 하고 싶은 말도 다했고, 춤도 실컷 췄소! 아무런 원도 없수다. 다 필요없소. 당신도 필요없소! 난 자유야! 자유!”
2시간 45분(인터미션 포함)에 이르는 공연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최막심 역의 남경읍은 마치 원작 소설의 조르바를 보는 듯하다. 노래와 춤까지 펼치며 자유인의 면모를 생생하게 표현한다. 오르땅스 역의 오미연, 김이문 역의 한윤춘, 로사 역의 김리나 등 주역 배우들의 연기 또한 흠잡을 데 없다.
유순철·이용이·지춘성·김대진·박호석 등 조연 배우들의 충실한 연기 또한 극을 살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양정웅 연출. 1644-2003
연극 ‘해변의 카프카’는 미국 브로드웨이의 감독이자 극작가인 프랭크 갈라티에 의해 연극으로 재탄생, 2008년 시카고 스테판울프 극장에서 초연됐다. 이후 2012년 일본에서 공연돼 호평을 받았다. 아버지에게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을 암시하는 예언을 듣고 자란 소년이 가출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기본 줄거리다.
이와 함께 태평양 전쟁 중에 산 속에서 미스터리한 사건을 겪고, 모든 기억을 잃은 대신 고양이와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나카타의 이야기가 동시에 펼쳐진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전개되는 환상적인 이야기는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감성과 유머가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어우러져 인간의 근원적인 고독과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김미혜 연출, 이호협·정홍섭·이남희·이인철·장용철·강지원·이혜원·김준호·장지아 등 출연. 02-764-1008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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