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시민위 ‘檢 들러리’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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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전국 지방검찰청 및 지청에 ‘검찰시민위원회’가 설치돼 운영 중이지만 운영실적이 거의 없는데다 주로 단순 폭력사건 등을 심의하는 데 그쳐 사실상 검찰의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6일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전국 지방검찰청 및 지청의 검찰시민위 운영 실적에 따르면 전체 58개 지검 및 지청 중 34.5%인 20개 지검 및 지청의 월 평균 검찰시민위 심의 안건이 0∼1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6개 지검 및 지청의 경우 월 평균 검찰시민위 심의 안건이 1∼2건 수준이었으며 월평균 심의 안건이 5건 이상인 곳은 인천지검 한 곳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는 지난해 3월 검찰시민위를 발족한 제천지청의 월 평균 심의 안건수가 0건으로 나타나 가장 적었고 남원지청(0.10건), 서산지청(0.21건), 진주지청(0.32건), 강릉지청(0.39건), 경주지청(0.54건), 춘천지검(0.57건), 장흥지청(0.60건), 여주지청(0.61건), 천안지청(0.61건) 등의 월평균 심의 건수가 1건에도 못 미쳤다. 반면 심의 건수가 많은 곳은 인천지검(5.07건)을 비롯해 창원지검(3.61건), 울산지검(3.61건), 부산지검(3.39건), 해남지청(3.30건), 광주지검(3.04건), 서울남부지검(2.73건), 마산지청(2.71건), 목포지청(2.64건), 의정부지검(2.64건) 등으로 3∼5건 수준이었다.

이와 함께 58개 지검 및 지청의 검찰시민위가 발족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심의가 이뤄진 1948건 가운데 폭력범죄(상해, 폭행, 협박 등)의 비중이 23.0%로 가장 많았고, 성범죄가 17.3%로 뒤를 이었다. 반면 실제로 시민들의 여론이나 의견 수렴이 필요한 선거범죄나 노동범죄의 경우 각각 0.6% 및 0.7%에 그치고 공무집행방해범죄도 2.6%에 불과해 주로 사안이 단순한 사건만 검찰시민위에 심의를 의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10년 ‘스폰서 검사’ 사태 이후 검사만 법원에 피고인의 형사 재판을 요구할 수 있는 기소독점주의를 견제하기 위해 검찰시민위를 도입했다. 법원에 기소 여부 판단을 요구하는 재정신청제도 있지만 법원에서 인용되는 비율이 극히 적어 검찰시민위는 보다 직접적으로 검찰의 기소권을 통제·견제할 수 있는 장치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 공개된 운영 실적에 따르면 설립 취지와 달리 검찰시민위가 검찰 기소권을 전혀 견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검사가 검찰시민위에 심의를 요청하는 비중은 각 지검장과 지청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검찰개혁 과제로 검찰의 기소독점에 대한 견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