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가 국가·경제 불안정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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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대가 /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이순희 옮김 / 열린책들

최근의 미국 경제와 사회, 정치를 분석하고 있는 이 책은 오히려 한국경제를 들여다보고 쓴 책이 아닐까 할 정도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저자는 이 책에서 ‘불평등’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미국사회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그 결과 내린 결론은 이렇다. “불평등은 정치 시스템 실패의 원인이자 결과다. 불평등은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을 낳고, 이 불안정은 다시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우리는 이러한 악순환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저자의 분석을 따라 미국사회를 들여다보자.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에서만 약 800만 가구가 살던 집을 떠나야 했고, 수백만 가구가 머지않은 장래에 담보 주택을 압류당할 처지에 놓였으며, 그보다 훨씬 많은 가구가 평생 모아 온 돈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실직자가 된 사람들은 모아 두었던 돈을 다 써 버렸고, 실업 급여 재원도 바닥났다. 학자금 대출금 수만 달러를 떠안은 채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층은 어딜 가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

반면 미국의 ‘상위 1%’는 오히려 엄청난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 금융 위기 이전 호황기에 상위 1%는 국민 소득의 65% 이상을 거머쥐었다. 2010년 미국이 대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을 때 상위 1%는 이른바 회복기에 창출된 추가 소득의 93%를 가져갔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미국 월마트 가문의 상속자 6인의 재산은 미국 하위 30%의 재산을 모두 합친 것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한마디로, 미국의 불평등 수준은 1930년대 대공황 이래 전례없는 수준에 달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평등이 초래하는 대가는 무엇일까. “우리는 지금 갈수록 심화되는 과도한 불평등 때문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국내 총생산이 감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불안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 우리가 치르고 있는 대가는 또 있다. 민주주의의 약화, 공정성과 정의 등의 가치 훼손, 국가적 정체성의 위기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가 단지 윤리적인 차원에서 불평등을 시정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주류 경제학의 시각과 방법의 틀 안에서 경제를 분석해온 정통 경제학자인 저자는 불평등이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이른바 ‘시장의 미덕’으로 알려진 역동성과 효율성이 불평등으로 인해 탄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같은 불평등 현상을 극복하고,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가 그리는 미국의 바람직한 미래상은 ‘운명 공동체라는 인식과 기회와 공평성에 대한 사회적 약속이 유지되는 사회’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