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韓’으로 분풀이하는 日외톨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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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넷우익 / 야스다 고이치 지음, 김현욱 옮김 / 후마니타스

한국인 대부분은 신문이나 방송 뉴스를 통해 ‘오늘의 일본’을 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최근 96번 등번호를 달고 시구에 나서 헌법 96조 개정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극우정치인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 유신회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를 정당화하는 망언을 쏟아냈다.

도쿄(東京) 한국대사관 앞이나 신오쿠보(新大久保) 한국타운, 한국 드라마를 방영한 TV 방송국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한국은 물러가라”고 외치는 우익단체 시위도 익숙하다. 이런 뉴스를 보고 있으면 일본 우익단체들은 누구이고, 어떤 사람들인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고 싶어지지만 이런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일본 저널리스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가 대표적 반한 넷우익단체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을 1년 이상 밀착 취재해 내놓은 이 책은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이다.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은 책이 반한 극우단체를 추적했지만 극우파를 옹호하지도 반대로 적극 비판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인권운동가들로부터 “재특회에 대해 지나치게 우호적이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에 저자는 “그저 알고 싶었을 뿐이다. 재특회에 빨려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저 알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이 지점이 바로 이 책이 갖는 중요한 의미인데 우리 사회에서 일본 극우파에 대해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 분석을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지만 저자는 2007년 1월 설립된 재특회가 어떻게 전국 34개 지부, 회원 1만1181명을 거느린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는지 뒤쫓는다. 이를 위해 재특회 집회에 참석하고, 회원을 접촉하고, 주변인물 탐문은 물론 이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조선인 학생들도 만났다. 이를 통해 저자는 재특회의 급성장 이유를 두 가지로 좁혀간다. 사쿠라이 마코토(櫻井誠·41·본명 다카다 마코토) 대표의 개인적 카리스마가 하나. 그리고 평범해 보이는 시민들을 끌어당기는 피해의식과 인정욕구가 뒤얽힌 욕망의 블랙홀이 또 다른 이유다.

우선 저자는 사이비 종교 교주처럼 비밀에 싸인 마코토의 삶을 추적해, 그가 청소년기에 전혀 눈에 띄지 않는 인물이었고, 관공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등 별다른 직업이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런 마코토는 2000년대 들어 인터넷 팽창과 함께 반한 감정을 시끄럽게 주장하는 싸움꾼이 됐고, 이같은 캐릭터가 방송을 타면서 전국적 인물이 됐다. 이와 함께 저자는 여러 회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은 재특회라는 것만 빼면 매우 평범하고 문제가 없을 것 같은 인물”이라며 “오히려 허탈할 정도로 얌전하고 진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 거절당한 아픔이 있고, 주변의 이해와 공감을 얻지 못해 여러 면에서 사회적 불만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고 분석해냈다. 이에 이들은 “우리는 계급 투쟁을 하고 있다”는 그럴듯한 대의 뒤에서 현실의 온갖 불만과 불안을 폭발시킨다는 것이다.

한편 저자는 이들이 시끄럽게 내세우는 ‘주장’도 조목조목 검토해나간다. 이들의 핵심 주장은 ▲재일 한국인의 특별 영주 자격 ▲재일 한국인에 대한 생활보호 우대 등 때문에 도리어 일본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실과 과거사를 추적해 이같은 주장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드러낸다. 저자는 한국판 서문에 이렇게 썼다. “일본 사회가 이같은 추악한 운동을 방치하고만 있지 않다. ‘혐한 시위’에 대해 일본 사회의 비난 또한 강해지고 있다. 책은 절망적 상황을 그렸지만 조금씩 새 희망이 생기고 있다. 한국 독자들이 이런 사실을 알아주면 감사하겠다.” 책은 일본 저널리스트회의상과 고단샤(講談社)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일본의 보편적 지식인 사회도 이같은 입장을 지지한다는 것으로 믿고 싶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