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음식쓰레기 종량제, 주민 참여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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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근/서울과학기술대 교수·환경공학

우리나라는 음식 문화에서 서양과 비교해 많은 차이가 있다. 서양에서는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가 그리 큰 문제로 지적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물 문화’ 때문에 음식물 쓰레기에 수분이 많다. 따라서 음식물 쓰레기가 다른 쓰레기와 섞일 경우 ‘물 반(半) 쓰레기 반’이 돼 소각 시 불완전 연소, 매립 시 악취와 침출수가 발생한다.

이러한 우리나라만의 음식 문화 특이성으로 인해 1997년에 고시하고 2005년부터 분리 배출이 전국적으로 의무화됐다. 음식물 쓰레기의 분리 배출과 동시에 공공 및 민간의 자원화 시설이 전국적으로 설치됐으며, 현재 250여 개의 자원화 시설이 가동 중이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는 분리 배출, 수집·운반후 자원화 시설로 옮겨져 사료나 퇴비 또는 에너지로 처리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차이가 있으나 이 과정에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수집·운반에 t당 7만∼12만 원, 자원화를 위한 위탁 처리에 10만 원선 등으로 t당 20만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하루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을 1만3000t으로 가정하면, 연간 약 9500억 원의 처리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의 조리 전 식자재 원가와 수송·조리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 등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당 3000원으로 약 14조 원의 비용이 필요하며, 전체적으로는 15조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된다. 여기에 환경(온실가스·수질·대기 등의 환경오염)에 미치는 편익을 계상하면 약 18조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즉,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1㎏ 억제하면 3800원 정도의 사회적 비용을 절약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범 정부 차원에서 합동 대책을 마련하거나, 환경부에서 다양한 제도와 대책을 수립, 실행해 왔다. 그런데 2005년 전국적으로 분리 배출을 시행하면서 그 발생량이 역으로 증가해 왔다. 지금까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원산지 가공, 식단제, 소량소찬제, 뷔페식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이 제안·시행돼 상당 부분 효과를 거뒀다. 하지만 전체 양의 감소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감량(減量)에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은 것은 줄인 양에 대한 보상(인센티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부에서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를 제안하게 된 것이다.

일반 쓰레기 종량제는 1995년부터 실시되고 있다. 이 제도는 원인자 부담 원칙, 발생량에 비례한 공평 부담 원칙에 따라 쓰레기의 발생량을 줄이면서 재활용품의 분리 배출을 확대하는 등 비용·환경적인 측면에서 획기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제 쓰레기 종량제를 음식물 쓰레기에도 적용해 지난 2일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다수 가정에서는 정액제(월단위 처리비용) 또는 무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했으나,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에 대해서는 무게나 부피에 비례해 부담하게 된다. 전북 전주시 등의 시범사업에서 종량제를 실시한 결과 음식물 쓰레기가 20∼30%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 전체에서 연간 20%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면, 3조6000억 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의 종량제는 스티커, 무선주파수인식(RFID), 칩을 이용하는 방식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행된다. 그 기본은 배출자 부담 원칙과 발생량에 비례한 비용 부담 원칙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이 가운데 적정한 방법을 선정, 홍보함으로써 조기에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주민 편익이 저해되는 고도의 기술 및 장비를 사용하는 일부 지역의 경우 주민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의 조기 정착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