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분석>“北, 증명가능한 비핵화 제시해야 대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27일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단의 재입북을 허용하는 등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조치를 해야 북핵 6자회담 등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은 또 남북 관계 개선이 전제되지 않으면 북·미 관계의 근본적인 개선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관련기사 3면

제임스 줌월트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27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태소위원회와 테러리즘·비확산·무역소위원회 공동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이 같은 입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 문제가 언급된 데 대한 미국의 공식 입장 표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줌월트 차관보 대행은 이날 워싱턴DC 의회 레이번 빌딩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미국은 남북 관계의 부단한 개선을 지지하며 이것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북·미 관계도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북한이 최근 태도를 바꿔 북핵 6자회담 당사국에 손을 뻗고 있지만, 한반도의 증명 가능한 비핵화라는 핵심 현안을 놓고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는 확고한 조치가 아직 없다”고 평가했다.

줌월트 차관보 대행의 이 같은 언급은 27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을 의식한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평가다. 한·중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6자회담의 틀안에서 양자 및 다자대화를 강화하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6자회담 재개의 긍정적 여건이 마련되도록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특히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7일 “지금은 어떻게 함께 노력해 6자회담을 재개할지를 고려해야 할 시기”라고 밝혀 6자회담 재개 필요성을 재차 촉구했다. 따라서 줌월트 차관보 대행이 이날 대북대화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중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6자회담 재개 드라이브에 대한 미정부의 단호한 의지 표명인 것이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