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이후>②‘한반도 평화통일 지지’ ‘남측에 의한 통일 저지’ 원칙 포기 시사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27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 중 하나는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 3항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지지한다’는 표현이 명시된 것이다.

특히 시 주석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문제를 언급하면서 “중국 측은 남북한이 관계를 개선하고 화해와 협력을 실현해서 궁극적으로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성명에는 없던 ‘자주적’이라는 표현까지 넣은 것이다. 이는 중국이 과거 오랫동안 견지해온 ‘남측에 의한 일방적인 남북통일 저지’ 원칙 포기를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되는 부분이다. 나아가 이는 ‘한국 주도의 통일도 용인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문화일보 6월 24일자 1·3면 참조)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백브리핑에서 이와 관련, “이는 박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단순히 비핵화를 넘어서 이제는 북한의 변화를 추진해야 된다는 생각을 반영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공동성명에 언급된 ‘통일 부분과 새로운 변화’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우리가 지향하는 한반도는 핵 없는 한반도다. 이것이 동북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한다. 또 중국의 동북3성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서 한반도 통일이 가져오는 장점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면서 “향후 20년 비전을 얘기하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희망하는 꿈이 이뤄질 수 있지 않겠는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고위 당국자도 2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과거에도 시 주석이 한두 차례 자주적 평화통일을 언급했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맥락은 한국 주도의 통일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규(정치학) 성신여대 교수도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이라면 한국 주도의 통일도 상관없다는 메시지로 풀이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계속 문제를 야기할 경우 정권 붕괴도 용인할 수 있다는 것을 개념적으로 터놓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창형 한국국방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도 “시 주석이 언급한 ‘자주적’ 표현은 미국 등 외부의 간섭이 없는 것을 말한다”면서 “친미적 통일은 반대하지만 한국 주도의 통일은 무방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면 남북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를 당사자인 남북이 직접 대화를 통해 풀어가기를 권하는 중국 측의 바람을 담은 것이라는 다소 소극적인 해석도 나온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