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재직중 발명한 것 기업이 보상 의무 있다”

삼성전자의 현직 연구원이 자신이 개발한 특허의 보상을 요구하며 회사를 상대로 낸 1억 원대의 소송에서 법원이 연구원에게 1000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삼성전자의 현직 연구원이 직무 발명에 대한 소송을 제기해 보상 판결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부장 심우용)는 18일 삼성전자의 현직 연구원인 안모 씨가 “휴대전화 초성검색 발명 특허 개발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하라”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직무발명 보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안 씨는 삼성전자 재직 중 직무발명으로 특허를 개발해 그 권리를 회사에 양도했으므로, 삼성전자는 안 씨에게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재판부는 “2001년부터 2013년 5월까지 안 씨의 특허 기술이 적용된 휴대전화 매출액은 약 136조 원에 이른다”며 “이 중 안 씨의 직무발명 기여도와 발명자 공헌도 등을 감안해 삼성전자가 안 씨에게 1000여만 원의 보상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 씨가 발명한 휴대전화 초성 검색특허는 휴대전화 자판에서 이름의 초성만 누르면 같은 초성에 해당하는 이름들이 그룹으로 검색되는 기술로, 안 씨는 이 같은 발명 특허를 지난 1993년 5월에 출원해 1996년 10월에 정식 등록됐다. 당시 팩시밀리 사업부에서 일했던 안 씨는 전화번호를 쉽게 검색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이를 개발했고, 그의 발명 특허는 이후 삼성전자에서 휴대전화를 본격적으로 내놓으면서 적용되기 시작했다.

2011년 5월 안 씨는 “회사 쪽에서 특허 개발 보상에 대해 소극적으로 나왔고, 제대로 된 협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안 씨는 “휴대전화 매출액 등을 따져봤을 때 본인이 받아야 할 직무보상금이 305억여 원에 이르지만 거액의 인지대를 고려해 그중 일부로 1억1000만 원만 청구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재동 기자 trigg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