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대 연극 두 편… 여름 레퍼토리 ‘딱’!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사람의 몸으로 이렇게까지 표현할 수 있구나.’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주는 연극 두 편이 번갈아 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오는 28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보이첵’과 ‘휴먼코메디’다.

명동예술극장의 여름 레퍼토리로 선정된 두 연극은 모두 사다리움직임연구소(소장 임도완)의 작품. 남은 공연일정 중 24∼27일은 보이첵, 27∼28일은 휴먼코메디가 무대에 오른다(27일은 두 편을 잇달아 공연한다).

신체극을 표방하고 있는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연극은 정평이 나 있다. 그중에서도 ‘보이첵’과 ‘휴먼코메디’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우선, ‘보이첵’은 2000년 초연 이래 세계 23개국에서 열화와 같은 호응을 받으며 공연됐다. 국내 무대엔 5년 만에 오르는 것. 독일 극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원작을 신체극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연극은 원작의 주제의식을 충실히 살리면서도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보잘것없는 한 군인의 비극적인 사랑을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몸동작으로 극화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무대에선 배우 11명과 의자 11개가 전부다. 배우의 몸에 착 달라붙은 듯한 의자들은 마치 퍼즐처럼 움직인다. 의자들은 높은 탑이 됐다가 어느 순간 주인공 보이첵을 가두는 관이 된다. 한 줄로 길게 늘어선 의자들은 교회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보이첵을 짓누르는 사회권력과 폭력의 상징으로 돌변한다. 배우들은 의자를 들거나 찍어내리는 등 다양한 동작을 통해 주인공의 분노를 자극하기도 하고, 육체적 힘과 욕망을 표출한다. 한마디로, 배우와 의자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은 역설적으로 주인공 보이첵의 불안한 심리와 욕망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휴먼코메디’는 1999년 초연 이래 재미있는 발상과 절묘한 타이밍이 만드는 웃음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대표적인 코미디 연극이다. 1인 다역의 배우들이 아이러니한 상황에 정신없이 대처하면서 빚어내는 장면들은 우리 일상과도 매우 닮아 있다.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배우들은 몸동작만으로 유쾌한 에너지를 무대 가득 채운다.

제한된 소품과 배우들의 움직임만으로 세 가지 에피소드, ‘가족’ ‘냉면’ ‘추적’의 삼색 코미디를 펼친다. 임도완 연출, 권재원·서유천·이중현·심재선·장성원 등 출연(보이첵), 백원길·권재원·조재윤·고재석·이은주·방현숙·이지선 등 출연(휴먼코메디). 1644-2003

김영번 기자 zer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