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정책의 아버지’… 냉전체제 예리하게 파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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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캐넌의 미국 외교 50년 / 조지 F 케넌 지음, 유강은 옮김, 가람기획

냉전시대 초창기에 핵심적인 정책입안자로 활동했던 조지 캐넌(1904∼2005)의 강연 논문집이다.

케넌은 ‘봉쇄 정책의 아버지’ ‘냉전의 설계자’로 널리 알려진 미국 외교관, 정치가, 역사가이자 20세기 전반 미국 외교사와 냉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책 책략가이다.

그는 옛소련 주재 외교관으로 근무하던 1940년대 8000자의 긴 전문과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논문을 통해 미국의 소련 관련 정책 입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트루먼 독트린 및 마셜 플랜 기획자로도 참가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국무부에서 나온 뒤에는 냉전 비판론자로 변모했다. 베트남전, 이라크전 등 미국의 제국주의적 개입에도 비판적 입장을 취했고 핵무기 개발경쟁에 반대하기도 했다.

책은 1940, 50년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들, 1951년 시카고대 강연, 1984년 그리넬 칼리지 강연을 묶은 것으로 1, 2차 세계에 이은 미소 대립과 냉전으로 국제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던 20세기 전반, 당시 국제 정세를 냉정하고 예리하게 분석했다.

그는 미국이 안정을 구가하기 위해서는 세계대전 같은 총력전이 없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유럽과 아시아국가들의 평행상태와 세력 균형이 필요하고 소련·나치·제국주의 일본 등 미국 국익을 위협하는 거대한 패권 국가의 등장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미국 외교의 원칙으로 ▲이상주의로 현실을 재단하지 말고 ▲국익을 기본으로 하고 ▲미국 민주주의를 다른 나라에 강요하는 사회 공학을 추구하지 말며 ▲신중하고 사려 깊게 세력 균형을 추구하라고 요구한다.

특히 미국, 소련, 일본과 남북한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미국이 한국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서 한국전쟁이 벌어졌다는 분석은 한국 독자의 관심을 끈다. 세월이 묵은 책이지만 냉전 당시 분위기와 상황을 살피는데 유용하고, 분단문제에 대해 입체적이고 본질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미국의 대외정책 연구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책은 여전히 유용하고 시의적절하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