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 옹정제, 291년만에 ‘황위 찬탈’ 누명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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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康熙) 61년(1722년) 11월 13일은 청나라의 운명의 날이었다. 61년 황위를 유지하며 청나라 번영의 기반을 다진 강희제가 숨을 거두고 새로운 황제를 맞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베이징(北京)대 서쪽에 위치한 291년 전의 창춘원(暢春園). 강희제의 병세가 위중해지자 주요 황자(왕자) 7명이 몰려들었다. 이어 강희제를 모시던 어린 내시가 뛰어나오자 황자들이 방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이미 강희제는 숨을 거둔 상태였다.

“유조(황제의 유서)는?” 황자들이 묻자 한 내시가 답한다. “4째 윤진 황자(훗날 옹정제)를 계승자로 지목하셨습니다.” “믿을 수 없다. 유조를 보자.” 다른 황자들이 반발했으나 이미 때는 늦어 황자들이 있던 창춘원은 서슬 시퍼런 창을 든 병사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것이 민간에서 전래되는 청나라 5대 황제 옹정제(雍正帝·사진)의 황위 찬탈설이다. 그런 옹정제가 무려 291년 만에 혐의를 벗었다. 4일 중국의 뉴스 포털사이트 텅쉰왕(騰訊網)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遼寧)성 문서보관소는 2일 역대 처음으로 강희제의 유조를 공개했다.

중국인들은 이를 통해 강희제 유조의 위조가 확인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유서의 내용은 정반대였다. 강희제는 유조에서 “인품이 남다르다”며 옹정제를 차기 황제로 지목한 것으로 밝혀져 오히려 옹정제의 누명은 완전히 벗겨지게 됐다.

그동안 청나라 관련 중국의 역사 드라마와 소설에서는 옹정제가 강희제의 임종 직전에 유조의 내용을 위조했다고 적시해왔다. 당초 강희제의 유조는 ‘전위십사자(傳位十四子;14번째 황자가 계승한다)’라고 했으나 옹정제가 지지자들과 짜고 이 문구에서 십(十)자 위에 획을 하나 더해 ‘누구에게’를 의미하는 어(於)의 약자로 고쳐 ‘전위어사자(傳位於四子;4번째 황자에게 황위를 물려준다)’로 고쳐 황위를 물려받았다는 것이다. 옹정제의 황위 찬탈설은 옹정제 즉위 직후부터 있었다. 민간에서 황위 찬탈설이 널리 퍼지자 옹정제는 이를 덮기 위해 청나라 집권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대의각미록(大義覺迷錄)을 편찬하면서 “억울하다”는 자신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을 정도다.

학자들은 당시의 치열했던 황위 경쟁이 민간에서 옹정제의 황위 찬탈설이 전래된 이유라고 보고 있다. 강희제는 35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이 가운데 성년이 돼 책봉까지 받은 아들은 20명, 이들 중 강희제 사망 당시에 연령이 성년에 달한 사람은 12명이었다. 강희제는 일찌감치 둘째 황자가 태어나자마자 황태자에 봉했으나 황태자 주변에 차기 권력을 좇는 무리들이 몰려들자 이를 폐했다. 이 같은 조치는 많은 황자들이 황태자 그룹, 8번째 황자를 중심으로 한 그룹, 그리고 훗날 옹정제가 되는 4번째 황자를 중심으로 한 그룹으로 나뉘어 차기 권력 다툼을 벌이도록 하는 요인이 됐다.

1722년 즉위한 옹정제는 이후 13년간 청나라를 다스린다. 청나라 역대 황제 중 가장 백성을 생각하고 가장 많은 문서를 직접 검토하며 일한 황제로 꼽힌다. 조세개혁 등의 개혁을 단행해 청나라 번영의 토대를 만들었다.

베이징 = 박선호 특파원 sh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