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이퍼링 ‘초읽기’>소규모 양적완화 축소도 신흥시장 충격 불가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양적완화 축소 단행(테이퍼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FRB가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가는 출구전략을 발표하고 풀린 달러의 회수에 나설 경우 금융시장은 일정 정도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FRB의 양적완화 축소 리스크가 이미 시장에 반영됐고, 자산매입 조치에 들어간다고 해도 규모가 50억∼100억 달러 정도에 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시장을 뒤흔들 만한 대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채권시장의 시황을 보면 FRB의 출구전략이 소규모로 가닥을 잡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가능하게 한다”면서 “10년과 30년 만기 미 국채에 대한 최근 수요가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출구 전략을 처음 시사한 지난 5월 이후 두 배 가깝게 뛰어 3%에 근접했다가 소폭 하락해 지난주에는 2.9%에 마감했다. FRB가 출구전략에 들어가면 달러 강세와 국채금리 상승이 예상되지만 국채금리가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아 자산매입 규모가 소폭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CRT 캐피털의 이언 린젠 전략가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의 상한은 당분간 3%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출구전략에 대한 월스트리트의 관심은 양적완화 축소 규모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린젠은 “감축이 매월 100억∼150억 달러일지, 아니면 더 많을지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FT는 “여전히 미미한 미국경제의 성장세와 너무 낮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100억 달러 혹은 그 미만 수준에서 출구전략이 착수될지 모른다는 관측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TD 시큐리티스의 밀런 뮬레인 전략가는 “FRB가 그보다 많게 채권 매입을 줄일 것이란 관측이 이미 시세에 반영돼 있어 50억∼100억 달러로 출구전략이 시작되는 것도 시장을 동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금융위기의 시작을 알린 리먼 브러더스 파산 5주년을 맞아 금융위기의 교훈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리먼 사태가 투자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패닉에 빠지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FRB가 달러 회수에 나선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투매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으면 시장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