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러 反동성애법 문제안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크렘린의 밀월이 시작됐나?

내년 2월 열리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준비상황을 실사하기 위해 러시아 소치를 방문한 진 클라우드 킬리 IOC 조정위원장이 27일(한국시간) “러시아의 동성애혐오법은 IOC 헌장을 위반하지 않는다”며 “IOC는 올림픽 주최국의 법률에 대해 논의할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IOC의 책임있는 당사자로서는 처음으로 동성애혐오법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표명한 것이다. IOC 헌장은 인종, 종교, 성적취향 등으로 인한 모든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동성애 선전을 금지하는 이른바 동성애혐오법에 서명했다. 외국인도 러시아의 이 법을 위반하면 최대 5000루블(약 17만 원)의 벌금을 내거나 최장 15일간 구류 또는 강제추방을 당한다. IOC는 그동안 러시아에 동성애혐오법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등 우려를 표명해왔다. 그러나 킬리 위원장이 이전보다 훨씬 유연한 태도를 보여 ‘IOC와 크렘린의 밀월’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킬리 위원장은 “러시아 관계자들로부터 (소치 동계올림픽 기간 중) 그 어떤 차별행위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한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성애자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캠페인’의 채드 그리핀 대표는 “동성애혐오법이 IOC 헌장을 위반하지 않는다면, IOC 헌장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