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고속도로 무법자’ 잡는 무인단속비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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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단속비행선이 휴가철이나 연휴 때마다 갓길운행, 전용차로 위반 등으로 주변 운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고속도로 위의 무법자’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광활한 단속 지역과 인력의 한계 등으로 사실상 단속 사각지대였던 고속도로 위에서의 교통법규 위반 행위들이 무인단속비행선이 뜰 때마다 수백 건씩 걸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경찰청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처음 도입한 무인단속비행선은 고속도로 위에 그 모습을 나타낼 때마다 교통법규 위반 행위들을 날카롭게 잡아내고 있다.

무인단속비행선은 지난 7월 24일 오후 2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울요금소 하이패스센터에서 시험비행을 마친 직후부터 25일까지 1차 교통법규 위반 단속에 투입됐다. 또 같은 달 30일부터 8월 4일까지 휴가철 성수기 고속도로 교통법규 위반 행위 단속에 나섰다.

단속 결과 무인단속비행선은 모두 427건의 교통법규 위반을 적발해 3000만 원 가량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실적을 올렸다. 비슷한 기간 경찰헬기 18대가 대당 한 차례씩 총 18차례 투입돼 36시간 동안 단속을 벌인 결과 109건을 적발한 것에 비하면 단속실적이 4배에 달하는 셈이다.

무인단속비행선에 적발된 위반행위는 지정차로 위반이 35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버스전용차로 위반 70건, 갓길차로 운행 위반 1건 등이었다. 적발된 차량은 소형 화물차와 버스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무인단속비행선의 단속 기간 중 지정차로 위반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6.1%에서 3.3%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점이 고무적”이라며 “멀리서도 무인단속비행선을 본 운전자들이 안전운전에 동참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첫 등장에서부터 존재감을 과시한 무인단속비행선은 지난 추석 연휴 때도 위력을 발휘했다. 지난 9월 17일부터 22일까지 경기 수원시부터 충남 천안시 일대까지 경부고속도로에서 차선위반 단속을 실시한 결과 모두 145건의 법규 위반차량이 무인단속비행선의 감시망에 걸려들었다. 여름휴가철의 활약상을 그대로 재연한 실적이다. 무인단속비행선은 단풍철을 맞아 행락차량이 집중되는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고속도로 위에서 관광버스가 줄지어 이동하는 이른바 ‘대열운행’과 지정차로 위반 등 법규 위반 단속에 또다시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경찰청과 한국도로공사가 운행중인 무인단속비행선은 길이 12m에 무게 50㎏의 커다란 비행선 모양의 풍선으로 ‘교통법규 위반차량 단속중’이라는 표시를 달고 고속도로 상공 30∼50m에서 순회하며 위반 차량을 단속한다.

탑재된 카메라는 360도 회전이 가능한 3630만 화소의 디지털일안반사식카메라(DSLR)로 고속도로 양방향의 차량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다. 지상에 있는 차량의 제어기를 통해 최대 1㎞ 떨어진 곳까지 원격 조종할 수 있으며 2시간 동안 연속비행이 가능하고 한번 단속에 투입되면 평균 4시간가량 고속도로 위를 떠다니며 차량을 감시한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무인단속비행선이 지닌 고성능 단속 기능도 효과적이지만 비행선에 적힌 ‘위반차량 단속중’과 ‘안전띠 착용 캠페인’ 문구를 본 운전자들이 법규를 준수하도록 하는 효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무인단속비행선의 제작 비용은 대당 2000만∼3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외부업체가 소유한 장비를 단속 때마다 임차해 운영하고 있으며 하루 임차 및 운영비용은 임차료와 운영 인력비 등을 포함해 8시간 기준 250만 원 정도다. 앞서 고속도로 교통 단속에 투입된 헬기가 제작비 수백 억 원에 1회당 수십 만∼수백 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셈이다.

경찰청과 한국도로공사는 아직 무인단속비행선을 상시적으로 운영하지는 않고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휴가철이나 연휴 등 고속도로 통행량이 증대되는 시기에만 무인단속비행선을 집중투입하고 있다”며 “상시적으로 교통법규 위반 단속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