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파장>시간제 일자리? ‘저임금 알바’ 양산 우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고심’ 방하남(오른쪽)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오전 국회에서 근로시간 단축문제와 관련해 새누리당과 가진 당정협의 도중 정현옥 차관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은 박근혜정부가 국정목표로 제시한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 수단이다. 2017년까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93만 개를 새로 창출해 고용률 70%를 달성한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성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기존 일자리를 나눈다는 의미도 있고, 근로시간 단축과도 직결된다.

정부가 말하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고용이 안정되고, 근로시간에 비례해 임금·복지 등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으면서 최저임금과 4대 사회보험 가입 등 기본 근로조건이 보장되는 일자리다. 여기에 학업·육아 및 점진적 퇴직 등 근로자 개인의 자발적 수요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이 같은 구상은 시간제 일자리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란 평가도 적지 않다.

문제는 현실에서 이 같은 시간제 일자리의 정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 결국 ‘저임금 알바’만 양산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최근 추세를 보면, 정규직 대비 시간제 일자리의 시간당 임금이 2006년 62.3%에서 2012년 50.7%로 급락했고, 공적연금과 보험 등의 근로조건도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또 시간제 일자리는 자영업자가 많은 저부가가치산업과 소규모 사업체 및 여성·고령층·청년·저학력자 중심으로 짜여 있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확산하기 위해 일단 공공기관에 반강제적으로 시행을 압박하고 있다. 신규채용의 1∼10%를 단시간근로로 채용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연도별로 올해 1%에서 내년에 3%로 늘리고, 2015년 5%, 2016년 7%, 2017년 10%로 확대하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기업에도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가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장담할 수 없다. 기업 입장에서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전일제 비정규직이나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보다 비용부담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강제한다면 오히려 전일제 비정규직을 확대함으로써 시간제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기업과 고숙련근로자를 흡수하는 유인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여성을 위한 일·육아, 학생을 위한 일·학업 양립형 일자리뿐만 아니라, 남성을 위한 장시간 직무분할형, 베이비붐세대를 위한 사회참여형, 전문직을 위한 핵심업무형 등 시간제 일자리에 적합한 새로운 직무 형태를 개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영출 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