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파장>“부담 30% 늘어… 그럴 여력 없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영세 섬유업을 하는 중소기업 A사는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현재 2교대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요청된 물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휴일 근무와 연장근무도 수시로 해야 한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될 경우 A사는 3교대 근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 회사 김모 사장은 “근로시간 52시간 단축으로 2교대에서 3교대 근무제로 전환하면 추가 고용과 인건비 부담이 30% 늘어날 것 같다”며 “추가 고용으로 인해 채산성이 악화되면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정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본격 협의에 들어간 가운데 재계의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기업들이 시간제 근로자를 늘려 추가 고용을 창출할 것이란 애초 기대와 달리 산업 현장의 생산성 저하, 인건비 부담 증가 등의 문제만 초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반발이 더 크다.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 관계자는 7일 “근로시간 단축으로 휴일근무를 하지 못하게 되면 기업들은 추가로 고용을 늘려야 하는데, 대다수 중소기업은 그럴 여력도 없고 뽑을 수 있는 인력도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경영 부담이 높아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는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보다 노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법으로 정해 강제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기업 여건에 맞게 줄여나가는 게 좋다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노사정이 지난 2010년 오는 2020년까지 연간 실근로시간을 1800시간으로 줄이기로 합의한 바 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기업은 경쟁력이나 비용 측면, 근로자들은 소득 감소 우려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 노사 자율적으로 줄여가는 방법이 맞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이날 노사 합의에 따른 예외 조항 등을 두고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이마저도 실효성이 없다고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노사가 20시간까지 휴일 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기로 합의하면 예외로 인정해 준다고 하지만 이를 합의해 줄 노조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며 “경제위기 속에 기업부담이 커지면서 산업현장의 노사갈등만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추가 고용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임금 조정 없이 근로시간만 강제적으로 단축하게 되면 추가 고용 효과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철·장석범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