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재보선 출마 여지 차단한 것 아냐”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천공항=뉴시스】10월 재보선을 한달여 앞두고 8개월간의 독일 생황을 정리하고 귀국한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기자회견을 마친 뒤 양승조 최고위원, 김동철 의원 등 관계자들과 함께 공항을 나서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는 6일 10월 재보선 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출마) 여지를 아예 차단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가능성을 열어 놨다.

손학규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30여분 동안 김한길 대표와 단독 회동한 후 김영철 동아시아미래재단 대표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김영철 대표에 따르면, 손 전 대표는 “대선에서 지고 정권을 내준 당사자인 죄인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게 적절치 않다. 지금은 자숙해야 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도 그런 의문이 강하게 남아 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손 전 대표는 또 “독일에서 우선 8개월 반 동안 성찰의 시간을 보내고 귀국해서 보니까 대한민국의 민생은 여전히 각박하고 정치는 후퇴하고 당은 독일 멀리에서 본 것보다 한결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당 대표를 두 번이나 지낸 사람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을 보면서 이럴 때일수록 원칙과 정도의 정치를 따라가야 한다”며 “상대방인 새누리당이 반칙과 변칙의 공천선거를 하더라도 민주당은 정도의 정치와 선거를 펴나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그런 차원에서 당에서 이번 선거를 원칙과 정도로 치르는 것을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며 “나도 당 차원뿐 아니라 국민의 눈으로 국민의 뜻을 깊이 있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시간이 그리 많진 않지만 조금 시간을 갖겠다”고 출마의 여지를 열어 뒀다.

김한길 대표도 이날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손학규 전 대표님께 당의 총의로써 이번 재보선에 출마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사실은 그제(4일) 만나 뵀을 때도 같은 말씀을 드렸고 오늘은 또 이틀 동안 당에서 보다 강한 의지들이 집약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말씀드렸다”며 “손학규 전 대표께서도 조금 시간을 갖고 국민들의 뜻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갖겠다 그런 말씀이 있으셨다”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오는 8일 오후 6시30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7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최종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손 전 대표와 김 대표의 회동은 당초 예정됐던 손 전 대표와 전·현직 의원들간 귀국 환영 만찬에 김 대표가 재보선 출마를 권유하기 위해 참석 의사를 전달해와 성사됐다.

최원식 의원이 이날 오후 4시께 김영철 대표에 전화를 걸어 “김한길 대표가 오늘 손학규계 의원단 만찬 모임 장소에 가시게 될 것”이라며 “두 분이 따로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고, 손 전 대표가 “멀리서 오신다는데 대접을 해야 되지 않겠나. 만나겠다”고 수락했다.

김 대표는 이날 강원도 춘천에서 일정을 마치자마자 서울로 출발해 이날 오후 7시5분께 노웅래 비서실장과 음식점에 도착했다.

손 전 대표는 김 대표가 음식점을 떠난 후 약 1시간40분 동안 참석자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출마 여부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만찬에 참석한 낙연·신학용·이춘석·이찬열·전정희·전순옥·김민기 의원과 전혜숙·송민순·서종표·장세환·홍재형·박은수·정장선 전 의원 등 전·현직 의원 20여명의 의견을 모두 다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에 처한 어려움을 감안해서 참석자 전원이 빠짐없이 얘기했다”며 “방향이 한 군데로 모아진 것은 아니다. 의원 따라 달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의원은 최종 입장 발표 지연과 관련, “김한길 대표께서 여기까지 오셔서 말씀하셨는데 그런 상황을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넘길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라며 “일부러 지연시킨다고 하는 것은 너무 냉혹하다.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 전 대표는 의견을 청취한 뒤 “정권교체 실패의 책임을 지고 자숙 중인 사람이 8개월 남짓의 해외 체류를 마치고 들어오자마자 국회의원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국민의 눈에 옳겠냐 한다”고 고민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신학용 의원은 회동 전 기자들과 만나 “빅매치도 나쁘진 않다”면서도 “하려면 적극적으로 해야지 김한길 대표 혼자 고군분투 하고 있다. 꼭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당 전체적으로) 없어 보인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춘석 의원 역시 “김한길 대표뿐 아니라 당 구성원들이 모두 힘을 합쳐도 이길까 말까인데 당 구성원이 합심해서 출마를 권유하는지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반대했고, 이찬열 의원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