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규제 경제민주화의 ‘이중역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감몰아주기 제한·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대기업 규제가 오히려 중소·중견업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외국계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챙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물류 시장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대기업 계열사들이 대대적으로 덤핑경쟁에 뛰어들면서 중소·중견 전문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물류업체 A사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들이 내부 매출 비중을 낮추고 대외 비중을 높이기 위해 예전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전국 주요 공단 입주 제조사들의 수출 물량을 따내기 위한 전담팀까지 구성할 정도”라며 “일부에선 출혈 경쟁 양상까지 빚어지면서 중소·중견 물류 전문업체들의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사들은 대외 매출 비중을 현재 10% 미만 수준에서 앞으로 40%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안정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고·시스템통합(SI)·급식 업종도 외국계의 공세가 갈수록 맹위를 떨치고 있다. 미국계 종합 광고대행사인 TBWA는 최근 들어 SK텔레콤·SK이노베이션·삼성화재·삼성생명·현대카드·현대캐피탈 등의 주요 광고를 싹쓸이하면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가고 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경쟁 그룹 계열사에 광고를 맡기는 것도 쉽지 않고, 중소 광고회사에 맡기는 것도 한계가 있어 어쩔 수 없이 외국계를 선정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나 동반성장위원회 등의 프랜차이즈 및 외식 업종의 출점제한 규제로 인해 시장 순위도 요동치고 있다. 이디야는 오는 29일 국내 커피전문점으로는 처음으로 1000호점 오픈 기자간담회를 연다. 국내 매장 수가 900여 개 수준인 카페베네가 공정위 출점제한 규제에 발이 묶여 있는 사이에 이디야가 상권을 장악한 것이다. 동반위가 지난 5월 외식 업종의 대기업 출점 제한을 규제하면서 외국계 진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관범·최준영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