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의 ‘역설’>외국자본 밀물… ‘골목상권’ 잠식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도입한 외식업·발광다이오드(LED)조명·중고차 매매업 등의 분야에 대한 대기업 규제가 중소기업 육성은커녕 외국계 기업만 반사이익을 누리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동반성장위원회가 국내 외식 대기업에 대해 수도권 역세권 반경 100m 이내 및 연면적 2만㎡ 복합다중시설에 한해 신규 출점 허용 등을 권고하면서 이들 기업들의 인력 감축과 사업 축소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점·도시락·초밥 등의 분야에 일본계 외식업체들이 대기업 규제 공백을 파고들며 한국 시장에 적극 진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실제 카페베네, 농심 등 국내 외식 대기업들이 임원 임금을 삭감하거나 일부 사업을 철수한 반면 마루가메제면(우동), 갓덴스시(초밥), 코코이찌방야(카레), 잇푸도(라멘) 등 일본계 외식업체들은 서울 강남역, 종로, 홍대, 신촌 등 시내 중심가에서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신규 출점 규제를 받지 않는 피자·햄버거·커피 등 미국계 브랜드들도 국내 시장에서 투자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한국휴게음식업중앙회는 토종 외식업체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고려, 이들 업종의 중기적합업종 신청을 검토하고 있지만 한·미 간 통상 마찰까지 우려돼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수복 휴게음식업중앙회 기획국장은 “최근 신규 출점 제한 예상 기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미국대사관 경제과나 심지어 경찰서 정보과까지 (중기적합업종 신청) 진행 과정을 문의할 정도”라며 “면밀한 검토를 진행한 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ED조명 시장도 국내 기업의 위기감만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규제를 틈타 필립스, 오스람 등 외국계 기업의 점유율만 60∼70%까지 올라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최근엔 중국 1위 기업 킹선(KINGSUN)까지 국내 시장에서 사업 강화 계획을 발표해 국내 중소기업들의 험로가 예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LED조명의 경우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고 조명 효율 개선 및 단가 인하 주기도 빨라 삼성·LG 같은 대기업이 아니고선 글로벌 기업과 경쟁이 쉽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밖에 중고차 매매업도 지난해 말부터 대기업 계열사들이 신규 대리점을 여는 데 제한을 받으며 핀란드, 일본 등의 대형 중고차 매매업체들이 국내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