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투쟁 강화할 것” 속으론 민생국회 ‘고심’

민주당이 10·30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에도 오히려 투쟁을 강화하자는 입장이 분출하는 가운데 민생국회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높아지는 등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투쟁을 하면서 ‘민생 곁눈질’을 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재·보궐선거 패배를 두고 온건파는 ‘민생 소홀’, 강경파는 ‘야성(野性) 상실’이라고 주장하는 등 원인 진단이 다르기 때문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 국가기관의 개입을 차단하려면 국가정보원 개혁특위를 국회에 설치해야 한다”며 “저야말로 안타깝다. 대선 관련 사건을 하루 빨리 매듭짓고 여야가 민생에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정쟁을 그만두고 민생으로 돌아가라”는 여당의 공격을 인식한듯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중산층·서민 민생 경제 안정화”라며 “3월에 여야가 공동입법에 합의했던 경제민주화, 민생복지, 생애주기별 공약 관련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빠짐없이 처리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뿐만 아니라 민생 문제 또한 국회를 중심으로 논의한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하지만 당 내에서는 재·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또다시 투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친노(친노무현)·486 그룹으로 대표되는 강경파는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등 이슈에 야성을 보이지 못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유권자들마저 등을 돌렸다”며 향후 대여(對與) 투쟁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목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 문제에서 성과를 보일 때 지지도가 오르는 것이지 민생을 게을리해서 재·보궐선거에서 격차가 많이 났다는 것은 구도를 잘못 읽은 것”이라며 “당의 명운을 걸고 국민과 함께 전면적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건파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강하게 하자는 사람이 있지만 대안은 없지 않으냐”며 “국감을 통해서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를 국가기관 전체의 문제로 확대시키는 성과를 거둔 만큼 향후 국회에서 법안과 예산안을 놓고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