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민노당때부터 통진당까지 당권장악 등 지령 하달”

법무부는 5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안에서 ▲통진당 핵심 세력의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구성 및 내란음모 ▲북한 지령을 받는 통진당의 종북(從北)성 ▲통진당 강령안의 북한식 사회주의 추종 ▲통진당 구성원들의 민주적 기본 질서 위배 발언 및 행동 등을 주요 근거로 제시했다. 정부는 이러한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북한을 추종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한다고 판단했다.

◆ RO 내란음모, 북한 지령 하달이 주요 내용= 법무부는 현재 국가정보원과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RO의 내란음모 혐의가 통진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봤다. 이석기 의원 등 RO의 주요 구성원이 통진당에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만큼 RO와 통진당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미 검찰 수사에서 통진당에 주요 직책을 가진 간부 수십 명이 RO에 참여한 것이 확인됐다”며 “통진당 핵심 세력이 RO를 구성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통진당의 주요 구성원과 뿌리가 종북 세력에 있고 북한의 지령을 받아온 것도 정당 해산 청구의 이유로 제시했다.

주사파 세력이 2001년 ‘군자산의 약속’을 통해 합법 정당운동을 결의한 뒤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을 장악해 갔다는 것이다. 이후 몇 차례 이합집산이 있었지만 민노당, 통진당의 중심이 주사파 세력이었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는 게 법무부의 판단이다. 법무부는 “북한은 민노당 창당 시절부터 통진당에 이를 때까지 주사파의 세력 확대, 당권 장악을 위해 지령을 하달하고 이것이 상당부분 현실화됐다”며 “북한이 추구하는 대남혁명 전략 강화를 위해 민노당과 통진당은 포섭할 대상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 강령 북한 추종, 경선 부정 등도 포함= 통진당 강령의 북한 추종도 정부의 해산 청구안에 포함됐다.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한다’ 등의 통진당 강령이 북한의 고려연방제 통일 방안과 유사하다고 법무부는 판단했다.

또 ‘일하는 사람이 주인 되는 자주적 민주정부’라는 통진당 강령도 특정계층만을 국민으로 생각해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 것으로 법무부는 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통진당의 강령은 노동당 강령을 순화시켜 만든 수준”이라며 “통진당이 사실상 북한식 사회주의를 신봉한다”고 말했다.

통진당원들의 민주주의 기본 질서 위배 사례도 통진당 해산 청구의 근거로 제기됐다. 김선동 의원의 국회 본회의장 내 최루탄 투척, 2012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 과정에서의 경선 부정 사례 등도 통진당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는 사례라는 것이다. 이정희 대표의 지난해 대선 TV토론 당시 ‘남쪽 정부’ 발언도 청구서에 민주적 기본 질서 위배 사례로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