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고용의제… 경영환경 흔들 판결 눈앞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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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환경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는 노동 현안인 ‘통상임금’과 ‘고용의제(파견근로자 고용간주)’ 문제에 대한 사법부 최종 판결이 눈앞에 다가왔는데도,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산업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사안은 기업의 인건비 급증과 투자 및 고용 감소와 직결된 사안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책의지를 밝히는 것과는 달리, 해당 부처가 주도적으로 해법을 모색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사법부의 판단만 마냥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노동계와 정치권을 설득해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하는데 눈치만 보면서 ‘복지부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5일 “통상임금과 고용의제는 법리로만 따질 수 없고, 경제 상황과 국가 경제에 미칠 파장, 노사 관행 등이 모두 고려돼야 하는 중차대한 사안이지만 이를 조율해야 할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지금 공직사회 분위기는 나서 봤자 욕만 얻어먹고 책임만 질 수 있으니 기다려 보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통상임금은 연장·야간·휴일근무 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이다. 여기에 정기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할지를 두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오는 연말까지 최종 판결을 위해 심의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기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기업의 추가 부담은 38조5509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한국노총은 5조8788억 원에 불과하다고 맞서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고용부가 대법원 판결을 6개월 앞두고 임금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든 것 자체가 책임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용의제는 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면, 2년이 경과한 다음 날부터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의 옛 ‘파견근로자보호법’에 근거한 것이다. 관련 조항은 지난 2007년 7월 법 개정으로 삭제됐지만, 법 개정 전에 2년을 넘겨 근무한 파견근로자들에게는 여전히 효력이 발생하고 있다. 이 조항에 대해서는 현재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의 중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05년 노조 활동을 하면서 생산라인 불법점거 등으로 해고됐던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 최병승 씨가 고용의제 조항에 근거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최근 승소했다. 현대차는 그간 밀린 8년치 임금과 단체협약에 따른 가산금 등 총 8억4000만 원을 지급해야 할 처지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 씨의 경우 지난 8년간 공장에서 일 한번 하지 않고 연봉 1억 원을 받은 셈”이라며 “국내 하도급 업체에서 일하는 32만 명이 고용의제 조항에 근거해 소송을 낼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하도급 업체 직원을 모두 채용할 경우 조선업계 2조 원 등 기업들이 연간 총 6조4000여억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