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세금폭탄’>법인세 인상도 ‘꿈틀’… 기업들 “죽으란 말이냐” 반발

화학회사인 A사는 내년부터 세금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연구·개발(R&D)이나 환경 관련 시설 투자의 경우 세금을 깎아주던 혜택이 없어지거나 감면 세율이 대폭 낮아지기 때문이다. A사의 경우 당장 2012년 기준 122억 원가량 세액 공제 대상이 됐던 ‘에너지 절약 시설에 대한 투자 세액 공제’만 해도 2013년 세법 개정안 국회 통과 시 공제율이 10%에서 3%로 대폭 줄면서 공제금액은 36억 원으로 줄어든다. 세금부담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산업계가 정부의 비과세·감면 정비 계획에 따른 세금 부담 증가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11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비과세·감면 일몰 기간 도래 시 종료’ 원칙을 세우고 비과세·감면 혜택의 대대적인 정비를 선언하자, 기업들 사이에서 ‘세금 폭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오는 2017년까지 일몰 예정인 법인세 관련 비과세·감면 대상 제도는 71개에 달한다. 기업들의 세금 부담이 지금보다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동안 비과세·감면을 통해 또 다른 투자로 새 활로 모색을 추진했던 산업계 입장에선 그만큼 세금 부담 증가가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항공업계도 비상이다. 내년 말까지 한시 적용되는 항공기 도입 때 취득세(2%) 감면 조치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2015년 이후 보잉사로부터 B747-8i 10대와 B747 8F 2대 등을, 에어버스사로부터 A330-300 3대, 캐나다 봄바디어사 CS300 10대 등 모두 46대의 항공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각 항공기 제작사 홈페이지 등에 공시된 가격에다 현재 감면 취득세율 2%를 그대로 적용하면 대한항공은 항공기 취득세로 194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에어버스사로부터 2015년 이후 A380 4대, A350 30대 등을 도입할 계획인 아시아나항공도 2120억 원가량의 세금 부담이 생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부활하는 취득세의 세율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감면 기간 연장이 없다면 기업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분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등으로 대내외 여건이 모두 안 좋은 마당에 세금부담까지 증가시키는 것은 기업을 고사시키는 일과 다름없다는 반응들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들이 과도한 혜택을 누려왔으니 뱉어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라며 “복지 재원이 많이 필요한 것은 알겠지만 이런 식으로 기업들을 몰아세우는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