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군사전문가로 변신한 남도현 씨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문화일보 회의실에서 군사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
남도현(48) 씨는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한 후 1991년부터 7년간 대기업 상사에 근무했다. 그후 중국을 넘나들며 개인사업을 해오다 40대 들어 ‘무기 바이블’(공저)과 ‘잊혀진 전쟁’(6·25전쟁사) 등 8권의 군사 전문서적을 출판했고 ‘국방과 기술’ 등 전문매체에 기고도 활발하게 계속해 오고 있다. 군 내에서도 군사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남 씨는 사관학교 등에서 전문적으로 군사 분야를 배운 적이 없다. 그는 “세계사에 관심이 생겨 책을 읽다가 무기·전쟁사에 관한 내용을 공부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군사전문가 혹은 마니아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무기체계나 전쟁사 등 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경우고, 다른 부류는 다양한 분야를 골고루 다루면서 그 내용을 쉽게 정리하는 경우다. 남 씨는 전형적인 후자의 예다. 그는 국내의 현대 무기체계를 정리한 ‘무기 바이블’을 쓰기도 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장군들의 행적을 그린 ‘히틀러의 장군들’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군 내의 한 군사전문가는 그를 가리켜 “군사 분야에 있어서 어느 글을 쓰든 수준급의 글을 쓴다”고 평했다.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것에 대해 남 씨는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호기심 때문에 다양한 분야를 다루게 됐다”며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한 책을 읽다가도 독일의 장군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면 국내외 자료들을 찾아 읽으면서 내용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에 자칭타칭 군사전문가들은 많지만, 그가 책을 낼 수 있었던 데는 나름의 배경이 있다. 중학생 때부터 역사와 전쟁사를 좋아했던 남 씨였지만 회사에 다닐 때는 독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다 개인사업을 하면서 다시 시간을 내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지난 2004년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블로그가 활발해질 때, 그는 그동안 쌓았던 지식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다른 군사마니아들이 특화된 지식으로 탄환의 지름이나 소총의 구경 등 지엽적인 사실에 얽매일 때, 그는 무기의 역사적 배경을 이야기 풀어내듯 글을 썼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남 씨의 글을 읽기 시작했고, 블로그 방문자도 연평균 100만 명에 달했다. 네티즌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국내의 한 출판사에서 그를 찾은 것은 2008년이었다.
그의 첫 저서는 전쟁사를 중심으로 제국의 흥망성쇠와 왕실의 전쟁, 동서양의 충돌을 다룬 ‘교과서는 못 가르쳐주는 발칙한 세계사’다. 이 책에서 남 씨는 고대에서 현대까지 동서양의 전쟁과 그 배경을 다뤘다. 이어 그는 6·25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등에서 활약한 장군들의 이야기를 다룬 ‘히든 제너럴’을 쓰면서 본격적으로 군사분야의 책을 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남 씨는 “처음부터 책을 낸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 것은 아니다”며 “알고 있는 것을 기록하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책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블로그에 쓴 글이 자연스럽게 책으로 나왔다고 말하지만, 그의 지적 호기심은 남다르다. 남 씨는 일반인들은 쉽게 넘기는 것의 유래를 소상히 확인한다. 많은 남성들이 군 생활을 하며 매일 K-2 소총을 관리하지만, 그 유래를 궁금해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그는 “K-2 소총은 M16A1을 면허생산하던 한국군이 공산권의 AK-47 소총의 장점을 반영해 1984년부터 만든 것”이라며 “무기를 보면 그 유래가 궁금해 자연스레 책을 찾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의 관심은 지역의 전쟁사로도 확대됐다. 그는 “인천 부평구 부영공원 자리는 6·25전쟁 중 반공포로 수용소였고, 수많은 포로들이 죽었다”면서 “역사적인 곳에 지금은 아무 표식도 없다”며 씁쓸해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연구하는 범위가 뚜렷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한 분야에 골몰한다. 하지만 남 씨는 앞으로도 일반인들이 이해할 만한 글을 쓰겠다고 한다. 그는 “특화된 데이터와 지식만으로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기 어렵다”며 “저에게 글을 맡기는 곳에서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남 씨가 군사잡지와 포털 사이트에 연재하는 글만 매달 8편 정도다.
‘군대’와 ‘축구’는 여자들이 싫어하는 분야로 꼽힌다. 남자들 자리에서도 군사마니아라도 끼면, 그 사람만의 독무대가 돼 ‘군대’ 이야기는 사라진다. 이 때문에 일부 군사마니아들은 그들만의 자리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남 씨는 “가족에게 도움을 받으며 글을 쓸 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족들 앞에서는 군사와 관련한 이야기를 안 하려고 노력한다”면서도 “온라인 서바이벌 게임에서 다루는 총기와 관련해 출판의뢰를 받았을 때는 딸의 친구들 도움을 받아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방분야에는 민간전문가가 흔치 않다. 그만큼 일선부대에서 강연을 할 때가 많은데, 한국군에 대해 그는 “저평가됐다”고 분석했다. 남 씨는 “기성세대의 기준으로 보면, 요즘 군대가 편하고 군인들이 약해 보일 수 있다”면서도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젊은 군인들은 부상을 무릅쓰고 적과 싸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군대 내에는 상명하복 문화가 강해 드러나지 않을 뿐, 젊은 장교들의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0대와 20대의 안보관도 실제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남 씨는 “제2연평해전(2002년) 당시 전사한 고 윤영하 소령의 모교(인천 송도고)에서는 매년 추모제가 열리는데, 많은 학생들이 참석해 그를 기린다”며 “기성세대들이 10대와 20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뿐, 그들의 안보관은 우리 세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고 평가했다.
남 씨는 마지막으로 “군대의 보여주기식 문화와 장병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일선 부대에 장군이 방문한다고 하면 차량 타이어까지 왁스칠을 하고, 장군들 앞에선 병사들과 장교들 모두 숨기에 바쁘다”며 “보여주기식 문화와 과도한 상명하복의 경직성을 줄이고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
;){kind=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