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 필요 직종도 ‘시간선택제’ 강요?

박근혜정부의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핵심정책인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하루 4∼6시간 일하면서 각종 복지지원 등 기존 정규직과 똑같은 처우를 받는 근로 형태를 말한다. 기업들은 당장 시간선택제로 채용할 만한 일자리가 마땅치 않고 임금이 늘어나는 문제가 있지만 정부 정책에 어떻게 해서든 ‘화답’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오는 26일 서울 코엑스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박람회 참여 기업들은 최근 삼성그룹 6000명, 롯데 1944명, 신세계 1006명, CJ 509명 등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 계획을 세운 뒤 속속 발표하고 있다. 그마나 서비스·유통 관련 업계는 경력단절 여성을 활용한 일자리를 만들 여지가 있지만 자동차·조선·중공업 등 근로자의 숙련도가 필요한 중후장대형 업종의 경우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활용할 여지가 거의 없어 마땅한 일자리 확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서열 10위권의 한 기업 관계자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지속성이 없는 업무가 적지 않다”면서 “학자금 지원 등 기존 근로자에 대한 복지 혜택을 똑같이 주어야 하기 때문에 기업 부담이 크게 늘지만 정부 측 주문을 외면할 수 없는 게 기업들의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도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독려하는데 손사래를 치기 쉽지 않다”면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많지 않아 쥐어짜기식으로 만들어도 100개 안팎으로 낯 부끄러운 수준이라 내세우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조동근(경제학) 명지대 교수는 “고용은 정부 지시나 지침으로 창출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면서 “고용 규제를 완화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다양하고 유연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용률을 높이는 데 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석범·이용권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