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선택제 일자리’ 강요 논란>‘일자리 창출’ 윽박만… 기업은 ‘3중고’

“기업이 정부 주문을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당장 새로 뽑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자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지도 의문입니다.”

최근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추진 중인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을 두고 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 정책을 앞세워 인위적으로 채용한 일자리의 연속성과 업무 효율성 등을 고려하면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기업들의 인식이다.

최근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 계획을 밝힌 A그룹 관계자는 1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업무 연속성을 감안할 때 짧은 시간 일을 하고 퇴근하게 되면 일의 효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면서 “기존 근무자들이 이 사람들을 위해 업무 프로세스를 바꿔야 하는 것인 지 의문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정부 주도 일자리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명박정부 때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을 폈는데 정권 임기와 함께 정책도 한시적으로 끝났다”면서 “기업 현장에서는 시간선택제도 한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고 꼬집었다.

서비스업에 비해 숙련된 인력이 필요한 제조업의 경우 불만의 목소리가 더 높다. B사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시간선택제 일자리 만들기가 쉽지 않다”면서 “오랜 숙련이 필요한 제조업 일자리를 시간제 일자리와 나누라는 것부터가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순위 10대 그룹 가운데 하나인 C사 관계자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 인력과 기존 시간제 근로자 사이 형평성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이 산적해 있다”면서 “정부가 고용률 목표치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기업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다른 고용 정책들이 모두 노동 경직성을 강화하고 있는 환경에서 또 일자리 창출 부담까지 기업들이 떠안게 되는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근로 경직성 강화 정책만 쏟아내면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라고 윽박지르기만 하는 것은 기업들에게 이중고, 삼중고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정부에 근본적인 일자리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단순한 고용률 수치를 넘어 일자리의 질과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한 고용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정부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의 투자 증대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를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