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부비만이 불러온 ‘악순환’… 청소년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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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과 음주, 기름진 식사, 불규칙적인 생활 패턴, 하루 30분도 걷지 않는 운동량, 그리고 쌓여가는 스트레스까지. 직장인이 피해가기 어려운 이 같은 생활 습관들이 중년의 건강을 역습하고 있다. 와이셔츠 단추 사이를 파고드는 복부비만과 남들보다 조금 높은 혈압과 당뇨 수치가 회사에 대한 자신의 충성도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언제까지 위안만 삼을 수는 없다. 건강을 잃은 후에는 고관대작과 억대 연봉도 무의미하다. 특히, 최근에는 30∼40대 직장인을 엄습하는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10대 청소년으로도 확산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심·뇌혈관질환으로의 초대자, 대사증후군

대사증후군은 ▲복부 둘레 남성 90㎝, 여성 80㎝ 이상 ▲수축기 혈압 130mmHg 또는 이완기 혈압 85mmHg 이상 ▲공복 혈당 100㎎/dL 이상 ▲중성지방 150㎎/dL 이상 ▲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 남성 40㎎/dL 미만, 여성 50㎎/dL 미만 등 5가지 증상 가운데 3가지 이상을 가진 경우를 뜻한다. 이 5가지 증상은 모두 동맥경화, 뇌출혈, 심장마비, 심장폐쇄 등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요소다. 대사증후군은 그 자체보다, 이로 인해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고 혈액순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시작은 대개 복부비만에 따른 내장지방의 증가다. 고열량·고지방의 식사와 음주, 흡연, 전무한 운동량, 불규칙적인 생활이 만들어낸 결과다. 복부비만은 특히,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혈액 내 포도당을 간이나 근육에 보내 혈당량을 조절하고, HDL콜레스테롤 등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식사를 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이때 췌장은 혈당 조절 등을 위해 인슐린을 분비하지만, 복부비만이 심한 경우에는 인슐린의 기능이 크게 중간에서 저해된다. 그리고 이 때문에 혈당 수치가 높아지고, 중성지방 분해와 HDL콜레스테롤 생성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혈관 내 지방덩어리들이 생겨난다. 대사증후군의 요소들이 동반 상승하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 몸은 또다시 혈당을 낮추려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이때 과잉 분비된 인슐린은 혈관을 두껍게 만들거나 탄력성을 잃게 해 고혈압을 유발,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을 더욱 높인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복부비만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은 중성지방, 혈당, 혈압 등 대사증후군 요인을 높이고, 또 이 같은 대사증후군 요인들은 다시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거나 복부비만을 유발하는 식으로 악의 순환고리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30세 이상 4명 중 1명은 대사증후군

대사증후군의 위험은 실제 통계로도 증명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2010년 건강검진을 받은 30세 이상 수검자 1032만9207명을 조사한 결과, 25.6%가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었다. 국내 30세 이상 성인 4명 중 1명은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에 항시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남성은 31.4%가 대사증후군으로 여성(18.4%)보다 높은 유병률을 보였고, 특히 30대의 경우 남성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23.7%로 여성(3.4%)보다 7배나 높았다. 30∼40대 남성은 음주와 흡연율이 높고 고열량·고지방 음식 섭취가 많은 반면, 운동은 하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여성은 주로 60대 폐경 이후 급속한 체중 증가로 인해 대사증후군 환자가 되는 경향을 보인다. 여성은 50대에서 대사증후군 유병률이 19.0% 수준이지만, 60대에서 33.7%, 70대에서 42.1%의 수준까지 올라간다. 이에 비해 남성은 30대 23.7%, 40대 30.6%, 50대 36.2%, 60대 38.4%의 완만한 상승곡선을 보인다. 한편, 관련 조사에서는 대사증후군의 5가지 증상 중 1∼2개를 가지고 있는 주의군도 50.1%나 됐다. 국내 성인 4명 중 3명이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거나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에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청소년도 대사증후군 위험에

대사증후군은 더 이상 성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10년 사이 우리나라 청소년의 대사증후군 발병률은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을 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팀과 미국 테네시대의 리구오리 교수팀이 1988∼2006년 미국에서 시행된 세 차례의 국민건강영양조사와 1998∼2007년 한국에서 시행된 네 차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한·미 청소년층(12∼19세)의 대사증후군 발병률을 비교 분석한 결과, 국내 청소년층은 1998년 4.0%였던 대사증후군 발병률이 2007년 7.8%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1988∼1994년 7.3%였던 미국 청소년의 대사증후군 발병률은 2003∼2006년 6.5%로, 11%가량 감소했다.

특히, 국내의 경우 고중성지방 청소년이 1998년 25.0%에서 2007년 31.2%로 증가했고, 복부비만 청소년과 저HDL콜레스테롤 청소년이 같은 기간 각각 9.5%에서 12.4%, 13.3%에서 23.8%로 증가했다. 임 교수는 “서구화된 식습관, 인터넷·스마트폰의 보급 등으로 인한 신체 활동량 감소 등으로 청소년에서부터 대사증후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가정과 학교가 청소년기부터 이들의 식생활과 운동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