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시, 서울광장 무단 사용 변상금 반드시 받아내라

자유는 책임의 다른 표현이다. 헌법도 전문(前文)에서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와 권리를 앞세워온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책임과 의무는 등한시해 빈축의 대상이 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5년여 전 서울 도심의 촛불시위를 이끌었던 ‘광우병대책회의’가 바로 그런 예에 속한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정보 공개를 청구해 25일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서울광장 무단점유 변상금 부과 현황’에 따르면 2008년 6∼7월 광우병대책회의에 부과한 변상금 1039만 원이 시효결손 처리됐다. 광우병대책회의는 5차례에 걸쳐 서울광장을 무단 점유해 변상금 1210만 원을 부과받았으나 납부 금액은 171만 원, 14.1%에 그쳤다. 1039만 원, 85.9%를 납부하지 않고 지방재정법 제82조가 규정한 소멸시효 기간 5년을 버텨 결국 뭉갠 것이다.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인 그해 5월 2일 ‘촛불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시위가 시작된 지 나흘 만에 결성된 광우병대책회의는 한국진보연대, 전교조,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변 등 1000여 시민사회단체의 연대 기구였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당시 민주노동당)도 동참했었다. 지금도 내로라하는 단체·정당이 한 깃발 아래 ‘시위 지휘부’로 행세하면서 광장을 무단 사용하고도 과태료를 내지 않았다니, 하나같이 뻔뻔스럽다.

서울시의 조치부터 이해하기 힘들다. 광우병대책회의가 2008년 말 해체돼 변상금을 부과할 실체가 없었다는 게 시효결손 처리 이유 설명이지만 ‘박원순 서울시’가 당해 단체·정당을 봐주면서 시효 종료를 기다린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사기에 알맞을 정황이다. 쌍용차 범국민대책회의나 전교조의 체납 변상금도 그런 식으로 흘러가게 해선 안될 것임은 물론이다. 행정 비용이 더 들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무단 사용의 대가는, 행정비용에다 체납 이자까지 합쳐 반드시 치르게 해야 한다. 요는 법과 원칙의 관철 노력이기 때문이다. 관련 단체·정당도 혹 ‘시효의 이익’에 기대지 말고 납부해야 한다. 그것이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양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