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비상>“엔·달러 환율 1년뒤 110엔선 돌파할 것”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02엔에 진입한 가운데 외국 투자은행(IB)들은 엔화 환율이 앞으로 가파른 약세를 이어가 1년 뒤 110엔선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29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IB 9곳의 엔·달러 환율 12개월 전망치 평균은 110.89엔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환율 102엔을 기준으로 엔화가 1년 뒤에 8% 가량 평가 절하(엔화 약세)된다고 전망한 것이다. IB들의 최고 예상치는 120엔, 최저 예상치는 105엔이었다.

모건스탠리가 1년 뒤 엔·달러 환율을 120엔으로 가장 높게 전망했고, BNP파리바는 118엔, 크레디트스위스는 115엔, 노무라는 110엔으로 각각 예측했다.

반면 씨티와 바클레이즈는 105엔, 골드만삭스는 107엔,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08엔으로 예상했다. IB들의 엔·달러 환율 3개월 전망치 평균은 102.69엔, 6개월 전망치 평균은 104.64엔, 9개월 전망치 평균은 107.70엔이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13일 100.33엔으로 다시 100엔대를 돌파한 뒤 100엔선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투자은행들이 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이 ‘아베노믹스’를 끝까지 밀어붙일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는 아베 정권의 경제정책을 뜻하는 말로, 일본중앙은행은 지난해 4분기부터 시중에 무제한으로 돈을 방출하면서 엔저를 유도해왔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경제분석 기관들은 디플레이션을 탈피하고 3년간 본원통화를 2배로 늘리겠다는 일본의 공격적인 통화 완화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로존이 올해 3분기부터 플러스 성장률을 보였고, 미국도 내년에 경제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반해 일본은 상대적으로 성장동력이 약하기 때문에 양적완화의 강도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화의 가파른 약세는 국내 수출기업과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가 높기 때문에 내년에는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한국 기업의 시장을 빼앗으려고 할 것으로 우려했다. 또한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나게 되면 한국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본의 3분기 성장률 발표 이후 일본 증시에 추가적인 경기부양을 기대하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엔화 약세를 계속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