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새 둥지’서 ‘새 출발’

전국경제인연합회(FKI)가 오는 17일 옛 회관을 허물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에 신축한 지상 50층 전경련회관인 ‘FKI타워’ 준공식을 열고 새 둥지를 튼다.

9일 전경련에 따르면 이번 ‘집들이’의 의미가 깊다. 최근 전경련은 발전특별위원회에서 내외부 의견 수렴을 통해 ‘대기업만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가경제 비전, 경제현안에 대한 대안 제시를 통해 신뢰받는 경제단체’로의 변화를 선택했다. 이번 준공식은 그 로드맵의 중요한 과정이다.

이에 따라 국회·정부 부처 등 정관계 인사들에게 초청장을 보냈는데,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인사들에게도 참석을 타진 중이다. 여성계, 청소년, 장애인, 소외이웃 등이 함께하는 순서를 준비하고 있다.

해외에 체류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제외한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회원사 회장들도 모처럼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이 기대하는 또 다른 초청자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1961년 설립된 전경련은 1979년 당시 회장이었던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재계 대표단체라는 위상에 걸맞게 제대로 된 집을 가져야 한다”며 회관 신축을 주도했다.

정 전 회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그해 11월 16일로 예정된 준공식 참석을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은 미리 ‘創造(창조), 協同(협동), 繁榮(번영)’이라는 휘호를 보내 참석을 약속했으나, 10월 26일 서거하면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경련은 당시 휘호에 ‘11월 16일’로 돼 있던 날짜를 ‘10월 16일’로 고친 뒤 가로 약 4.2m 크기의 화강암에 새겨 휘호석을 세웠다. 이는 FKI타워 준공에 맞춰 정문 앞에 다시 설치됐다. 박 대통령이 34년 만에 부친의 뜻을 이어줬으면 하는 것이 전경련의 바람이다. 신축회관 건축비는 전액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조달됐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