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정치는 영원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전격적인 2인자 제거를 계기로 단기적으로는 권력 기반을 공고화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체제 불안정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공포정치는 영원할 수 없다”며 김정은체제가 쿠데타 등 급변 사태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10일 북한 전문가 및 정부 당국자 등의 진단을 종합하면 북한 내에서 명실상부한 2인자로 활동해 온 장성택의 숙청은 단기적으로는 김정은체제의 공고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후 북한 체제는 표면적으로는 김 제1위원장 유일 영도체제로 재편됐지만, 실제로는 당·정·군에 걸쳐 광범위한 인맥과 정치력을 갖춘 고모부 장성택이라는 보호막이 있었다. 권력의 한 축이랄 수도 있는 장성택이 제거됨에 따라 김정은 1인 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근거다.

특히 장성택 제거 과정에서 동요나 소요사태가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일사불란하고 짜임새 있게 진행됐다는 점으로 미뤄, 이미 김정은체제가 상당한 안정성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도 지난 6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40∼50대 젊은 간부들이 등용되고 있다”며 “북한이 김정은 1인 독재체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제1위원장이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친위그룹을 중심으로 권력 장악력을 높여 왔으며, 장성택 숙청도 이 같은 자신감에 기반해 이뤄졌을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포정치를 통한 체제 장악에 균열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장성택이 허무하게 무너진 것은 ‘감히 누가 나를 건드리느냐’는 식의 ‘2인자의 자만’에 빠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하지만 대대적인 숙청 작업에도 불구하고 지방당, 지방군에 있는 장성택 인맥까지 뿌리 뽑기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중국 내 소식통은 “‘장성택 다음은 최룡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장성택 이후 실세로 부상하고 있는 최룡해마저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