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스트레스 얼마나 심했으면…>‘해고’ 30代 빗나간 잠재욕망 들끓어 여고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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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던 A(33) 씨는 겉보기엔 평범한 인물이었다. 과거 2차례에 걸쳐 여성들을 ‘몰카’ 촬영하다 경찰 조사를 받은 전력이 있었지만 이후 3년간 새 직장을 구하는 등 사회 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평온한 생활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 10월 초 회사로부터 받은 해고 통보가 원인이었다. 미혼인 데다 평소 인간관계도 넓지 않았던 만큼 A 씨에게 해고는 사회 생활의 ‘사형선고’로 다가왔다. 실직 후 하루 동안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방 안에서 두문불출한 A 씨는 일탈을 꿈꿨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사회적 금기를 깨고 해방감을 느끼면 곧 미쳐버릴 것 같은 심리 상태도 어느 정도 안정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곡된 잠재 욕구가 들끓고 있는 것을 느낀 A 씨는 하룻밤을 꼬박 새우고 오전 8시쯤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으로 향했다. 이틀 전만 해도 A 씨 역시 평범한 출근길 회사원으로 이 자리에 있었지만 이번에는 ‘몰카’ 범죄를 위해 이들 무리에 섞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저지르는 범행은 어설펐다. 그는 붐비는 역사에서 여고생 B(17) 양의 뒷모습을 15분가량 촬영하다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 김회종)는 붐비는 공공장소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여성들의 신체 부위를 몰래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A 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수사 관계자는 “A 씨가 (피해자가)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는 점, 실직 후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정신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선처를 호소하지만 과거에도 동종 범행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어 구속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증가세를 이루는 ‘몰카’ 촬영 범죄에서 30대 화이트칼라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지난 2008년 953건에서 지난해 3314건으로 3.5배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적으로 2132건이 적발됐다. 또 지난해 몰카 범죄자 중 일반 회사원이 846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령별로는 20∼40세(1637명)가 전체 몰카범(2723명)의 60%를 차지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