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첫 기자회견-일문일답>경제 24회, 개혁 7회 언급… 손동작까지 곁들이며 ‘강조’

6일 오전 10시 밝은 표정으로 청와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 입장한 박근혜 대통령은 18분간 담담하게 5300여 자 분량의 2014년 신년 구상을 읽어 나갔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내외신 기자들의 질문을 일일이 메모하며 가끔 질문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분홍색 재킷을 입은 박 대통령은 이날 신년 구상 발표에서 3분의 2가량을 경제활성화와 민생 분야에 할애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보여온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행보를 새해에도 이어갈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제’를 24차례로 가장 많이 언급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의지에 유독 방점을 찍었다. 청와대 기자단이 상주하는 춘추관에서 개최한 신년 회견의 모두 발언에서는 또 ‘투자’와 ‘개혁’도 7회씩 거론해 올해 중점을 둘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변화·혁신’(각 5회), ‘행복’(4회), ‘일자리’(3회) 등도 수차례 등장했다.

특히 공공기관 개혁은 박 대통령이 ‘가장 먼저’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다 별도로 상당 시간을 할애해 개혁의 취지를 설명함으로써 올해 공공기관에 강도 높은 ‘정상화’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년 구상이 며칠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구상이나 방향을 상당히 일찍부터 염두에 두고 정리해 왔다”고 설명했다.

신년 구상 발표에 이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박 대통령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답변 도중 역설할 필요성이 있는 대목에서는 수차례 다양한 손동작을 하기도 했다. 최근 불거진 개각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야당의 계속되는 특별검사제 요구,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축소 조정 등 민감한 질문에도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는 평이다. 간간이 “통일은 대박” 등 친숙하고 쉬운 표현을 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박 대통령의 왼쪽에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전 국무위원들이, 오른쪽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이 배석해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경청했다. 김 실장,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박 대통령이 한반도 관련 답변을 할 때 노트를 꺼내 내용을 정리하기도 했다.

이날 회견은 박 대통령의 답변이 길어지며 이날 기자회견은 예정된 70분을 훌쩍 넘겨 80분에 걸쳐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주말에 모든 일정을 비우고 신년 구상 발표와 기자회견 준비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집권 2년차를 맞아 이뤄진 이날 기자회견은 박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이었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상주하는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의 마이크를 잡은 것은 지난해 3월 4일 여야 정치권에 정부조직법 개정을 촉구하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에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없었다. 춘추관 방문은 대국민담화와 지난해 12월 10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뒤 국무위원 및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우리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시식회에 ‘깜짝’ 방문한 것을 포함해 세 번째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 뒤 기자실을 일일이 돌며 출입기자단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 박 대통령에게 제기됐던 ‘불통’ 이미지를 일정 부분 지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