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 현장을 찾아서>공공구매 보장받아 매출 증가 기업 소재지역 고용·투자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인크룩스 직원들이 경기 화성시 봉담읍 공장에서 조명기기를 살피고 있다. 인크룩스 제공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제조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공공구매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투자와 고용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덕분입니다. 만약 적합업종 제도가 없었다면 LED 조명 제조 중소기업들은 모두 대기업의 대리점으로 전락해 산업 자체가 발전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LED 조명 제조 전문 중소기업인 인크룩스의 이민수 대표는 13일 문화일보와 만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이후 LED 조명 시장 상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대표는 “LED 조명은 현장에 맞는 제품 출시와 빠른 사후대응을 할 수 있는 중소기업들이 잘할 수 있는 사업 분야”라며 “우리 회사의 사례에서 보듯 중소기업의 성장은 해당 기업이 소재한 지역의 고용과 투자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가 이날 이 대표를 만난 것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LED 조명 분야의 시장 상황을 파악해 보기 위해서였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 2011년 11월 LED 조명 제조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조치함에 따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과 중견기업 대 중소기업 간의 갈등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동반위의 조치에 따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중견기업은 올해 12월 31일까지 3년 동안 LED 조명 공공구매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민간 LED 조명시장에서도 백열등 대체용인 벌브형 LED와 할로겐 등 대체용인 MR, PAR를 제외한 7개 품목(직관형LED, 가로등, 보안등, 공장투광등, 면광원, 스탠드, 경관조명장치)을 제조할 수 없게 됐다.

동반위의 이 같은 조치에 공공구매 시장을 보장받은 중소기업들은 환영했지만, 졸지에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던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최근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가 국내 대기업들의 발목을 잡아 외국계 기업들에게 반사이익이 돌아가고 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이어지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날 만난 이 대표를 비롯, 현장 중소기업인들에게 들어본 LED 조명시장은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의 우려와는 달랐다. 공공구매 시장에서의 성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들이 활발한 기술개발과 투자에 나서고 있었던 것이다. 인크룩스의 경우 공공구매 시장 매출은 2011년 24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2년 88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또 공공구매 시장 납품 실적을 인정받으면서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거래 제안이 들어왔고 지난해 일본으로만 300억 원 상당의 LED 조명을 수출했다. 인크룩스는 설립 5년여 만에 지난해 LED 조명 시장에서 4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950억 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인크룩스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연 매출의 7%를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기존에 7명이었던 연구·개발(R&D) 인력도 19명으로 2배 이상 늘렸고, 직원도 230명으로 늘었다. 이 회사가 국내외에서 받은 고효율 인증만 120건이 넘는다.

명선재 한국조명공업협동조합 부장은 “LED 조명시장은 공사 현장에서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고 지역색이 강한 산업이라 지역별로 사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들이 많다”며 “과거 대기업들이 시장에 들어와 있을 때는 지방의 중소 LED 조명 업체들이 대기업들의 대리점으로 역할이 축소되면서 공공구매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조차 대기업 브랜드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적합업종 제도가 LED 시장구조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꿔놓았다는 의견이다.

명 부장은 “적합업종 지정 이후 중소기업들의 LED 조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이젠 공공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중소기업 제품을 선택해 고를 정도”라고 강조했다.

LED 시장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협력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대기업이 기술력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LED 모듈과 컨버터를 개발해 내놓으면 중소기업들이 이들 제품을 구매해 LED 조명을 만드는 형태로, LG전자는 지난해 11월 5일 한국조명공업협동조합과 LED 모듈 공급 협약식을 맺고 조합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LED 모듈 2개 모델을 공급하고 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