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위험수위에 이른 무상급식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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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이화여대 교수·행정학

17개 시·도 교육청의 지방교육예산은 244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는 별도로 시·도교육청이 편성하고 집행한다. 일반적으로 예산은 세입예산과 세출예산으로 대별해 볼 수 있는데, 지방교육예산의 경우는 자체 세입이 없이 국가(엄밀하게 말하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는 전입금이 대부분인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다. 물론 의무교육이 아닌 공립 고등학교 등록금을 자체 재원으로 분류하고 있어 미미한 수준으로 명맥은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오는 2017년이 되면 고교 무상교육 공약의 실현으로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자체 재원 부담이 없는 세출예산의 편성은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쓸 재량만 있고 부담할 의무가 없는데 사업별 우선순위를 엄정하게 정하고 예산 소요의 시급성, 지속 가능한 교육의 성과 등에 연연할 유인 기제가 작동하겠는가. 당연히 재원을 부담하는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 공약(公約)이나 지자체 장과 지방의회 다수당의 정치 성향에 따라 예산 편성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주민 투표로 선출되는 교육감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예산 구조가 결정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부터 무상보육정책으로 인한 지방재정의 위기를 경험했다. 이러한 현상은 지방교육재정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건비가 70% 가까이 되고 경직적인 학교운영비를 제외하면 가용 지방교육예산은 넉넉지가 않다. 지방교육재정에서 누리과정 도입에 따른 유아교육 재정의 부담에 더해 무상급식의 확대는 학력 신장이나 시급한 시설투자를 제때 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 지자체가 일정 부분 지원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방재정의 위기 등으로 이마저 여의치 않자 오롯이 시·도교육청의 부담으로 무상급식을 시행하려다 보니 다른 기본적 경비가 제대로 지원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주민투표가 실시되고 시장이 바뀐 서울시에서 예견됐듯이 경기·충남·경남·부산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방교육예산은 유·초·중등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도록 지원하는 것이 존재 이유다. 학교 시설의 노후화에 따른 시설 개·보수, 내진보강사업, 석면 교체사업 등은 아이들이 안전한 시설에서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가장 기초적인 투자 항목이다. 지역적인 인구이동 및 학령인구의 이동에 따른 학교 신설, 사회적·구조적 노후화 등에 따른 학교 개축도 중요한 사업 항목이다.

조금 욕심을 낸다면 교과교실제 소요 비용이나 스마트스쿨 기반 조성을 위한 사업 등도 학령인구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인구사회학적 환경을 감안하면 반영이 필요한 시설비 항목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방과후 돌봄교실 사업, 원어민 교사 및 보조강사 지원을 비롯해 영어 능력평가 사업 등 외국어 교육 사업, 특히 가장 중요한 학력신장 단위사업, 특성화고 취업역량 강화 및 실습실 선진화 사업, 진로·진학교육 사업 등이 모두 올해 예산 편성에서 타격을 받은 대표적인 사업 예산 항목들이다.

지방교육예산 편성의 원칙과 좋은 예산의 기본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 예산은 매년 편성하고 집행하는 것이지만 지방교육도 중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당연히 학령인구 변화에 기반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의 활용 내역 변화, 지방교육세와 같은 자체 재원 마련을 통한 자기부담 원칙의 실현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다음은 수요에 부응한 우선순위 부여가 이뤄져야 한다. 교육 현장의 수요에 따른 적정한 학교운영비의 지원 및 효과성 순서에 입각한 사업 예산의 반영이 필요하다. 무상급식과 같이 수요를 무시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