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날 갈기’ 기록 좌우 특급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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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쇼트트랙 대표팀 장비 담당 코치가 과거 여제자를 성추행하려 했다는 의혹으로 퇴출된 뒤, 대표팀은 여자 선수들을 지도하는 최광복(40) 코치가 식사도 거르며 남녀 선수들의 스케이트 날을 갈았다.

대표팀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차질을 주지 않도록 부랴부랴 새 장비 담당 코치를 물색, 지난 20일 조재범(33) 코치를 선임했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에는 모태범(25·대한항공)의 라이벌 샤니 데이비스(32·미국) 장비를 관리했던 알렉산더 모리츠(32·캐나다) 코치가 있다.

장비 전담 코치를 따로 두는 자체가 스케이트 날 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송주호 박사는 24일 “날을 관리하는 기술은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송 박사에 따르면 스케이트 날은 경기장 빙질이 딱딱한가 무른 편인가, 경기장 온도가 얼마나 낮은가 등에 따라 손질 방법이 달라진다. 선수의 신체적 조건도 날을 갈 때 우선적 고려사항이 되고, 선수의 기술 스타일까지 감안해야 한다. 천편일률적으로 날을 가는 게 아니라, 선수마다 모두 다른 날 관리가 필요한 셈이다.

쇼트트랙용 스케이트는 날이 밑창 중심에서 안쪽(왼쪽)으로 치우쳐 있을 뿐 아니라, 코너를 돌 때 원심력을 줄이기 위해 날 자체를 안쪽으로 약간 휘게 한다. 휘는 각도를 조절하는 ‘벤딩(bending)’ 기술이 핵심이다.

한국 대표팀의 ‘날 갈기’는 경기력을 좌우하는 기술로 꼽히며, 절대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는 ‘특급 기밀’이다. 벤딩은 정해진 각도가 있는 게 아니라, 선수 특징을 고려해 모두 다르게 손질한다. 선수에 따라서는 왼발과 오른발 스케이트 날의 각도까지 다르게 맞춰줄 정도다.

또 쇼트트랙 스케이트는 스피드스케이팅용과 달리 날 밑부분을 평평하지 않고 약간 둥글게 깎는다. 빙판과 마찰면을 줄여 더 빨리 코너를 돌게 하는 것.

쇼트트랙 선수들은 낮은 자세를 만들기 위해 몸을 앞으로 숙이는데, 이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의 경우 뒷굽 쪽을 높게 하는 등 날의 높이까지 조절하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뒷굽 쪽 날이 스케이트화와 떨어지는 ‘클랩 스케이트’를 신는다.

송 박사는 “날이 빙면과 딱 붙어 마찰되면서 수막을 형성, 잘 미끄러지게 하는 동시에 다리의 근육 피로도 덜어주는 ‘날의 과학’”이라고 설명했다. 온도도 기록을 좌우하는 변수. 0도일 때 마찰계수가 0.04∼0.05로 최적이지만 영하 3∼4도가 되면 0.1로, 영하 10도면 0.2로 각각 마찰계수가 커져 스피드를 내기 어려워진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