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문화기본법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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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기/논설위원

내일, 29일은 박근혜정부가 매월 마지막 수요일로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 그 첫날이다. 앞서 21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영화, 스포츠, 공연, 전시 등 분야별 혜택 내용을 발표했었다.

‘문화의 날’로 잘못 불러선 안된다. 오는 3월 31일 시행을 앞둔 문화기본법이 제12조에서 매년 10월을 ‘문화의 달’로, 그 달 셋째 주 토요일을 ‘문화의 날’로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하긴, 별별 기본법이 다 있다. 법제처 법령정보센터를 유영해 기본법 리스트를 훑으면 가나다순으로 건강가정기본법에서 환경정책기본법까지 50건 안팎을 헤아린다. 단수(段數)까지 몇 건이라고 정확히 짚을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2005년 12월 23일 제정된 범죄피해자보호법만 해도 처음 논의될 당시의 이름은 ‘범죄피해자기본법’이었다. 기본법 범람을 우려해 이름도 바꿨지만 지금 누가 그 충정 알아줄까. 4년 전 이맘때 제정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도 모두의 기억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안그런가.

그래도 기본법 리스트는 더 길어져, 지난 15일 추미애 민주당 의원 등 104명이 ‘경제민주화기본법’을 발의했다.

문화기본법은 긴 리스트의 중간 쯤이다. 지난해 5월 22일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해 12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법이다.

본문은 13개조, 길지 않다. 그런데 제3조에 따르면 ‘문화 = 문화예술, 생활 양식, 공동체적 삶의 방식, 가치 체계, 전통 및 신념 등을 포함하는 사회나 사회 구성원의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지적·감성적 특성의 총체’(란)다. 무슨 말인지, 당최…. 당초 김 의원 발의안은 ‘문화 = 삶의 총체적인 양식이면서 인간의 고유한 정신적·물질적·지적·정서적 산물로서 한 사회의 개인과 집단의 감성을 표현하는 가치·활동·제도’였었는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선언’ 등 국제 합의를 좇아 다듬…아니, 다잡아 고쳤다.

유네스코의 거 무슨 선언에 앞서 헌법을 먼저 펴야 하지 않았을까. 헌법은 전문(前文)과 제9조, 제31조 등에서 국가의 문화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기본법 어디에도 ‘헌, 법’ 두 음절 찾아볼 수 없으니 헌법의 문화국가주의가 다 무슨 소용이랴….

추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경제민주화기본법’은 다르다. 제안 이유의 주어가 곧 ‘대한민국헌법’이다, 문화기본법이 홀대한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