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된 새로운 한반도’ 를 국제사회 이슈로 본격 제기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한국 온 美 탱크 주한미군 2사단은 4일 부산항에서 M1A2 전차 20여 대와 M2A3 장갑차 30여 대를 하역했다고 5일 밝혔다. 미 2사단 제공

외교부·국방부·통일부 등 외교·안보 부처가 6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합동 업무보고에서 공동으로 담고 있는 기조는 새로운 대북정책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요소를 곳곳에 담고 있다는 게 최대 특징이다. 소극적인 틀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국제 공조 및 압박·안보에 기반한 변화 유도’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또 북핵 해법과 통일론 등 그동안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 확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유사시 국제공조와 북한의 급변 사태에 대비한 통일기반 구축 쪽으로 초점이 대폭 옮아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이들 외교·안보 부처는 북한 비핵화 문제 외에 남북통일 문제를 한반도 주변 주요 국가와 선제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힌 게 특히 주목된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등 기존의 국제공조체계가 여전히 북한 문제를 풀어갈 틀로서 공식적으로 포기할 수는 없지만 최근 유동적인 북한의 정세 등을 고려할 때 이제는 한반도 통일을 염두에 둔 ‘새로운 한반도’라는 테마를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올려놓을 때라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외교부의 이 같은 구상은 박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 대박론’의 등장과 지난 1월 7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한·미 외교장관회담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심 우방국인 미국과는 이미 충분한 사전 교감하에 이 같은 구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케리 장관이 지난 1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2주 후에 중국을 방문해 (미국이) 한국, 일본과 협의하고 있는 통일(reunification)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중 간 대화에서 북핵이 아닌 남북 간 통일 문제가 논의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된 자체가 북한 접근법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외교부가 이 같은 구상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북한의 정세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아·태발전보고’에서 “중국이 지정학적 자산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해 어떤 충고도 듣지 않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북한에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 중국이 북한 급변 사태를 피상적으로 논의했던 2009년 상황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이 같은 ‘새로운 한반도’라는 하나의 큰 지붕을 떠받치기 위해 구체적으로 3개의 큰 기둥을 제시했다. 대북 억지력과 북한 비핵화 등이 중심이 되는 ‘지속가능한 평화 정착’, 핵심 관련국들과의 공조를 통한 ‘북한 변화 유도’, 국제사회의 정치적 지지와 경제적 지원 기반을 공고히 만들겠다는 ‘국제적 통일 지지 기반 확충’이 그것이다. 핵심은 국제적 공감대와 협력네트워크 확충이다.

박 대통령은 “독일 통일 사례에서 알 수 있듯 통일시대를 열기 위해선 주변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신뢰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제공조 강화를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도록 하려면 국제사회의 단합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통일 대박론’의 효과와 관련, “국민이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고 북한 주민과 함께 자유와 행복을 공유하면서 단순히 분단을 극복하는 것을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 경협도 국제사회의 참여가 확대되면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박 대통령이 강조한 한·미·중 3자 간 전략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러시아, 일본, 유럽연합(EU) 및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주요 국가들과의 협력도 강화하는 등 다층적 대응체제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