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진 朴…“진돗개처럼” “불어터진 국수를 누가”

“유도탄이 목표물을 명중시킬 수 있는 것은 발사되는 순간부터 목표물에서 나오는 신호를 계속 감지하고 추적해서 목표물에 맞춰 비행궤도를 끊임없이 수정·보완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국무조정실과 법제처,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은 뒤 맨 마지막으로 당부하며 꺼낸 말이다. 정부가 정책을 추진할 때 현장에서 들려오는 국민의 목소리에 계속 귀 기울이고, 이를 토대로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선·보완해 나가야 한다는 강조였다. 새해 들어 부쩍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강조하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었다.

집권 2년차를 맞은 박 대통령의 ‘성과’ 강조는 ‘집착’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5일부터 시작된 업무보고에서 나온 박 대통령의 발언도 이전에 비해 한층 강해지고 독해졌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규제 개혁에 대한 강조다. 박 대통령은 “규제 개혁, 이것은 우리 정부에서 올해에는 꿈 속에서, 꿈을 꿀 정도로 생각을 하고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 재도약을 이루기 위해선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를 확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제가 직접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주재해 추진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내내 입이 닳도록 강조했던 규제 개혁이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에 대한 답답한 마음과 부처 공무원들에 대한 질타가 모두 녹아 있는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은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규제 방식 전환 ▲규제 일몰제 및 규제 총량제 도입 등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또 “작은 과제 하나라도 비정상의 뿌리가 뽑힐 때까지 끝까지 추진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런 점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을 총괄하는) 국무조정실은 ‘진돗개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진돗개는)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어져 나갈 때까지 안 놓는다고 한다”며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을 위해) 우리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불어터진 국수’를 언급하면서 국정 현안을 해결할 법안들이 국회에 장기 계류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국수가 따끈따끈할 때 먹어야 소화도 잘되고 맛도 있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 탱탱 불어터지고 텁텁해지면 맛도 없어지는데 누가 먹겠느냐”며 “정책도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300일을 묵히고 퉁퉁 불어터진 국수같이 이렇게 되면 시행이 돼도 별 효과가 없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