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문화재 복원 非理 막을 3가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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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유전/경기문화재연구원장

우리나라 국보 제1호인 서울 숭례문이 화재로 불타는, 상상도 못했던 끔찍한 일이 2008년 2월 10일에 발생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이맘때의 일이다. 600여 년이란 세월 동안 제자리를 잠시도 비우지 않고 굳건히 지켜오던 숭례문이 그것도 방화(放火)로 불타 전국민이 경악했다. 그로부터 5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난해 5월 4일 마침내 복원 작업이 끝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문화재 행사를 치른 뒤 숭례문은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에게 돌아왔다.

그런데 복원 준공식이 끝나고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기둥에 금이 가면서 벌어지고 서까래의 단청이 떨어지는 이른바 ‘박락(剝落)현상’이 일어났다. 이러한 사실이 부실(不實)공사로 인한 것임을 알게 된 국민은 또 한 번 경악했다. 숭례문 복원과는 전혀 관계없는 새 문화재청장은 임명된 지 1년도 안 돼 물러났다. 그리고 복원 공사에 부정이 있었다고 판단한 감사원은 물론 사정 당국의 수사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 와중에 수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참여했던 한 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우리나라 연륜연대 연구의 최고 권위자였다. 고고학에 있어서 연대의 측정에는 C14 측정 방법이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오차가 심한 편이다. 그래서 역사시대의 연대 측정에 도움을 주는 방법이 바로 이 연륜연대법이다. 우리나라에 연륜연대법을 전공한 유일한 학자였기 때문에 그의 죽음은 너무나 쇼킹한 일이었다.

그뿐인가. 숭례문 복원에 관계했던 관리가 밝힌 내용 가운데 복원에 사용하기 위해 철제의 못을 재래식으로 만드는 과정을 공개해 보여줬던 대장간 사용은 단지 보여주기 위한 ‘쇼’였다는 보도와 아울러 또 한편으로 문화재 보수 기술자 자격증 대여를 통해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받는 행위 등 마치 양파 껍질 벗겨지듯 그동안의 비리(非理)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부정행위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그 결과를 기다려 판단하면 될 것이다.

이제 이 시점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짚어보고 대책은 없는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때다.

1961년 문화재보호법이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많은 손질이 있어 왔다. 이번과 같은 부실공사가 밝혀지면 무한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기업도 공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놨다가, 문화재를 다루고 복원하는 공사가 대부분 지방의 영세한 업체에서 맡고 있기 때문에 영세기업 보호 차원에서 대기업의 참여를 원천 봉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자격증 대여 문제도 과거 우리 사회에 만연했던 의사면허증이나 약사면허증을 빌려주고 대가를 챙긴 일이 있었던 사실과도 흡사한 일이다. 이번 일로 밝혀지는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모두 털어놓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우선적으로 밝혀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대책을 세워 다시는 부정이 발붙일 수 없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문화재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자문기구에서 심의의결기구로 격상시키고, 위원회 사무국을 마련해 국가 지정문화재의 복원과 보수에 무한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자체에 위임한 국가 지정문화재의 관리는 문화재청이 직접 담당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재 복원정비공단(公團)을 만들어 국가 지정문화재의 수리 및 정비는 반드시 공단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위해서는 문화재지방청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이것이 복원 1주년을 3개월 앞둔 숭례문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완료되면, 훗날 우리에게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였다고 떳떳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