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이퍼링 투명하게 하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출구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신흥시장 혼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신흥국 경제 수장들이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정책의 투명한 계획과 실행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차티브 바스리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테이퍼링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며 “Fed가 보다 투명하고 계획적인 테이퍼링 정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신흥시장의 자금유출로 인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오는 3월 18∼19일 재닛 옐런 신임 Fed의장 주도로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3월 22일부터 이틀간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앞두고 다시 한번 국제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바스리 장관은 지난해 10월에도 국제통화기금(IMF) 회의에 앞서 Fed가 신흥국들과 전혀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공조와 조정이 필요함을 주장한 바 있다.

바스리 장관은 테이퍼링에 대비해 미리 구조개혁을 하지 못한 신흥국들의 내부적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결국 글로벌 경제성장은 신흥국에 의해서 뒷받침되는 것”이라며 “선진국들의 경제가 회복되고 나면 늘어난 상품을 수용할 시장이 다시 필요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최근 눈에 띄는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신흥국들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신흥시장을 고려한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적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바스리 장관은 강조했다.

앞서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도 지난 1월 30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신흥국의 금융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테이퍼링 정책을 추진한 Fed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했다.

라잔 총재는 “글로벌 통화정책을 위한 각국의 협력이 붕괴됐다”고 지적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세계경제 회복에 이바지했던 것이 신흥국인데, 이제 와서 선진국들이 나몰라라 해서는 안 된다”고 Fed의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이어 “선진국과 신흥국의 국제적인 공조 및 협력의 복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 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