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문사 공무원 ‘가정문제로 밀항’ 결론짓나

국제회의 참석차 한국에 입국했다가 일본 해안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일본 내각부 소속 공무원 S(30) 씨는 스파이가 아니며 가정사 문제로 밀항을 시도한 것으로 우리 정부당국이 판단, 일본과 공조 수사를 벌이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이 사건과 관련해 “정황상 S 씨가 정부에는 보고하지 못할 개인적인 가정 문제 때문에 밀입국을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교도(共同)통신은 지난 9일 S 씨가 한국에서 밀입국 조직의 도움으로 부산에서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타고 가다 중간에 고무보트로 갈아타고 일본 입국을 시도하다 사망한 것으로 일본 경찰이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8일자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지난 1월 3일부터 서울에서 숙박한 해당 공무원이 6일 고무보트를 구입해 부산으로 배송하고 8일 부산에서 ‘알렉스’라는 이름으로 보트를 찾은 다음 다시 서울로 돌아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월 10일 서울의 숙박시설 방범카메라에 해당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11일에는 숙박시설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아사히(朝日)신문도 일본 경찰이 S 씨가 부산에서 어선을 타고 가다 쓰시마(對馬) 근해에서 고무보트로 갈아타고 일본 입국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해상보안청은 7일 국제형사경찰기구(ICPO)를 통해 한국·미국의 관계 기관에 수사 공조를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해상보안청은 또 사인을 익사로 결론짓고,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 영향을 미칠 만한 외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경찰은 S 씨의 출입국 사실, 투숙했던 호텔 기록, 고무보트 등 각종 물품구매 내역 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일본 현지 언론들이 밀항선을 통한 일본 입국 시도 가능성을 주장함에 따라 경찰도 이 같은 내용을 조사에 포함시킬지를 검토 중이다.

일본 내각부 산하 싱크탱크 소속으로 미국 유학중이던 S 씨는 지난 1월 초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참석한다’며 입국한 뒤 서울과 부산에서 홍콩 출신으로 신분을 위장해 고무보트와 엔진 등을 구입했다. 이어 같은 달 20일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기타큐슈(北九州)시 해안에서 고무보트와 함께 변사체로 발견됐다.

박세영·박준희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