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빅 배스’ 착수… 줄줄이 어닝쇼크

최근 대형건설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리가 대폭 강화되면서 건설사들이 회계상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는 이른바 ‘빅 배스(Big Bath)’에 대거 착수했다. 이에 따라 주요 건설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닝쇼크(시장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를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3252억 원에 달했지만 4분기 445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 했다. 대우건설이 1조 원에 이르는 부실을 4분기 실적에 한꺼번에 반영한 것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금감원의 회계감리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대우건설의 회계에 대해 정밀 감리를 진행해 왔다.

금감원이 이처럼 건설사들의 ‘회계’문제에 대해 정밀 감리 의지를 보이자 맘이 급해진 건설사들이 4분기에 손실을 반영하거나 손실 반영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3분기 3900억 원이던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손실을 4분기에 모두 해소했다. 삼성물산의 2013년 4분기 영업이익은 1258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8.65% 줄었고, 순이익은 18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5.57%나 감소했다.

현대산업개발도 2012년 말 500억 원 수준이었던 미착공 PF 손실을 지난해 재무제표에 모두 반영했다. 현대산업개발은 2013년 4분기 183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 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의 미착공 PF 잠재 손실은 3조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동안 건설사들은 착공 후에야 손실을 처리해 왔다. 지난해 실적에 해외사업장의 손실을 반영한 건설업계가 올해는 국내 사업장의 부실을 실적에 대거 반영할 것으로 보여 건설사들의 실적 개선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