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서비스산업 規制, 창의적으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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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서울대 교수·경영학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서비스산업 규제(規制) 완화를 위해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규제 완화의 실질적 효과를 시장이 느낄 수 있도록 하라고 주문해야 할 만큼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규제는 심각하다.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는 양과 질 모두 문제가 있다. 먼저, 양적인 면에서는 규제의 절대 숫자가 제조업 대비 10배 정도 많고, 특히 정부가 집중 육성하려는 보건의료·교육·관광·금융·소프트웨어 등 5대 유망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 역시 전체 서비스산업 규제 중에서 47.6%나 차지한다. 마치 정부의 한쪽에서는 서비스산업 육성 방안을 고심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열심히 규제를 만드는 형국이다.

규제의 실질적인 효과를 평가하는 질적인 면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규제의 부작용을 지적한다. 단적인 예로, 골목 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백화점에서 고객 유치를 위해 운영하는 마을버스를 규제했다. 하지만 규제 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백화점은 마을버스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고객들은 자가용 승용차를 타고 와서 오히려 훨씬 더 많은 물품을 구매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결국 백화점은 도와주고, 골목 상권에는 더 큰 피해를 주었다.

국가 경제가 선진국인지 후진국인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정부 규제의 수준이다. 실효성이 없는 규제들이 난무할수록 해당 국가의 행정 역량이 그만큼 낙후돼 있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정보통신과 IT 강국인 한국에서 온라인 구매를 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가 있어야 하지만, 전 세계인이 구매하는 아마존(amazon.com)에서는 신용카드 한 장만 있으면 된다. 이런 현실을 바라보는 우리 규제 당국의 생각은 어떨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규제의 실질적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규제의 부작용이 훨씬 심해진다. 규제는 만들기보다 없애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한번 만들어지면 오랜 시간 지속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속성 때문에 규제 완화를 위해서도 매우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규제보다 시장 기능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활용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규제 당국에서는 다양한 규제가 힘이라는 생각 대신에, 규제가 많을수록 해당 부처가 후진적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가장 먼저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관리하는 정부 부처는 최대한 단순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매월 규제 당국별로 가지고 있는 규제의 총 숫자를 언론에 공개하는 방법이다. 정부 특정 부처별, 과별, 산하 기관별 해당 기관에서 가지고 있는 규제의 총 숫자를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국무회의 혹은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주기적으로 바뀌는 내용을 보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공기업 부채에 대한 개혁 및 혁신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도 개별 공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채 규모와 상세한 내용들을 언론에 공개해 여론과 국민의 관심을 모았기 때문이다.

시장 경쟁을 유발해 시장이 매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높은 시장 경쟁 강도가 다양한 혁신을 유발하는 기본적 원리다. 일례로, 한국 금융산업을 들여다보면, 시장 경쟁을 오히려 저해하는 규제가 상당히 많다. 규제 당국에서는 제조업과 달리 한국 금융산업에서는 왜 세계적으로 혁신적인 상품이 출시되지 않는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가 일시적인 메아리가 되지 않으려면 국민과 언론이 건강한 감시자로서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야 한다.